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뉴스1 |
재난 상황을 이유로 여름휴가 신청이 반려됐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27일 “직장 생활을 40년 가까이 했지만 휴가 신청이 반려된 것은 난생처음이고, 적잖이 씁쓸한 기분”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휴가유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밝힌 뒤 “기관장이 휴가 신청을 한 것이 기사가 되고, 휴가 신청이 반려가 된 것도 기사가 되는 대한민국”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게 중요한 기관인데, 지금 상임위원 단 한 명으로 중요한 안건들을 심의·의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통령 몫 한 명, 국회 추천 세 명이 아직 임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이 위원장은 이달 25~31일 휴가를 사용하겠다고 지난 18일 대통령실에 휴가를 신청했지만 22일 반려됐다. 당시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공지를 통해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재난 대응 심각 단계에서 재난 방송 콘트롤타워인 방통위원장의 휴가 신청은 부적절하다고 봐 이를 반려했다”고 했다. 휴가를 신청한 18일이 풍수해 위기 경고 ‘심각’ 단계에 해당하는 등 재난 상황인 점을 고려했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만약 내가 재난 기간에 휴가를 갔다면, 사람들의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며 “장관급 기관장이 재난 기간 중에 휴가를 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 그러나 휴가 신청과 휴가 실행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했다. 이어 “휴가 신청은 행정 절차이며, 장관급의 휴가 신청은 실행 일주일 전에 하도록 돼 있다”며 “오늘 신청해서 내일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나의 경우, 경찰, 공수처 등에 고발된 사건들이 적지 않아 정작 휴가를 실시하더라도 집에서 보낼 예정이라고 간부들에게 말해 두었다”며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당장 뛰어나올 것이라고도 알려두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만약 휴가 실시 전, 23일이나 24일, 폭우가 쏟아지는 등 자연재해가 있었거나 그 밖의 비상 상황이 발생한다면 휴가 실시는 당연히 없던 일이 될 것이다. 그것은 상식”이라며 “재난 중에 휴가를 갔다면 비난을 달게 받겠으나 재난 중에 휴가 신청을 한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는 것은 또 다른 프레임 조작”이라고 했다.
MBC 기자 출신인 이 위원장은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네 살 딸을 두고 전쟁 취재를 갔던 경험을 언급하며 “‘대의’를 위해 목숨을 걸어봤던 전력이 있는 사람들만 나에게 돌을 던지라”라고 했다.
[김가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