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전문성으로 유망 스타트업 발굴.. 숫자로 성장 가능성 읽어내
-파트너 체계로 초기 스타트업 투자·회계·세무·보육까지 원스톱 지원
-시드 단계부터 잠재 리스크 예방하는 자체 ‘시스템’ 구축
-피트니스·웰니스·바이오 집중 공략, 외부 AC/VC와 적극 협력 확대
생존하기에도 바쁜 스타트업들이 재무 관리까지 신경쓰기는 쉽지 않다. 시장 검증, 제품 개발, 고객 확보 등 눈앞의 과제에 집중하느라 재무제표 관리는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하지만 초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결함은 기업의 성장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재무 불건전성으로 인해 기업가치가 깎이고, 정부지원사업 탈락이나 후속투자 무산 등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오기도 한다.
액셀러레이터(AC) ‘클러스트벤처스’는 이런 초기 리스크를 줄여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돕고 있다. 회계·세무·보육·투자가 결합된 파트너 구조로 유망한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할 뿐만 아니라, AC/VC를 대상으로도 회계·세무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보육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3월에는 스타트업과 벤처투자자를 위한 실전 지침서 <인사이트 맵>을 출간했다.
클러스트벤처스 손진원 대표.
“투자자와 창업자 모두 겪는 ‘정보 비대칭’ 해결하겠다”
클러스트벤처스 내부 구성원은 회계사, 세무사, 변호사 등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현직 공인회계사인 손진원 대표는 클라이언트로 다양한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을 상대해 오며 양측의 정보 비대칭을 절감하게 됐다. “벤처투자에 관심 있는 클라이언트들이 많지만, 비상장 기업은 정보가 공개되어 있지 않아 쉽게 접근하기가 어렵다. 개인이 단독으로 투자하기엔 정보 비대칭이 크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투자처를 찾는 수요가 많다.”
정보 비대칭은 창업자 입장에서도 존재한다. 특히 시드(Seed) 단계일수록 사업 아이템에만 치중하다 보니 재무적인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손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들은 매출은 없고 지출만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지출을 일반 비용으로 처리하면 세금이 줄어서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추후에는 자본 잠식(회사의 순자산이 회사 설립 당시 자본금보다 적은 상태)에 이르게 된다.”라고 설명한다. 자본 잠식이 발생하면 후속 투자, 정부지원사업 등 자금 유치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창업 초기부터 철저하게 재무제표를 관리하면 충분히 리스크를 예방할 수 있다. 손진원 대표는 “우리의 회계 세무 전문성을 활용해서 처음 투자하는 단계부터 창업자들의 회계를 관리해 주면, 투자자와 창업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이 많이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벤처투자에 뛰어든 계기를 설명했다. 손 대표는 먼저 개인투자조합을 직접 결성 및 운영해 보며 기회를 탐색한 후 2017년 클러스트벤처스를 설립, 2022년에는 액셀러레이터 라이선스를 취득해 본격적인 투자 및 보육 기능을 갖췄다.
회계부터 보육까지 ‘원스톱’ 지원, 자체 SaaS도 개발
클러스트벤처스는 ‘클러스트파트너스’의 산하 기업이다. ▲ 회계 감사와 재무 실사를 수행하는 ‘예인회계법인’, ▲ 스타트업 전문 세무와 기장을 담당하는 ‘지인택스’, ▲ 평생교육 지원 기관으로서 스타트업 창업자와 AC/VC 대상으로 회계 세무 등의 교육을 제공하는 ‘클러스트에듀’가 함께 파트너로 협업한다. 이 파트너 시스템을 통해 클러스트벤처스가 직접 투자한 스타트업들은 투자부터 회계, 세무, 보육까지 지속적으로 관리받을 수 있다.
스타트업의 특성을 잘 아는 전문가 인력으로 구성된 만큼 클러스트파트너스 산하 기관에서 회계/세무 지원을 받는 투자자·창업자 고객들은 합리적인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다. 투자자들에게 비용 부담이 큰 재무 실사 시, 초기 스타트업에 필요한 범위만 포함해 업계 평균보다 저렴한 단가로 진행할 수 있다. 스타트업들의 재무제표 역시 사업 아이템의 특성에 맞춰 관리한다. “개발과 관련된 비용은 자산으로 처리하면, 같은 지출이어도 전부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으로 반영이 되므로 기업 가치가 훨씬 증대된다”라는 것이 손 대표의 설명이다.
내부 회계팀이 따로 없는 초기 스타트업들을 위해 CFO(최고재무책임자)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클러스트 리포트’ 서비스도 자체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회계, 세무, 자금 데이터부터 KPI, IR 슬라이드까지 한 대시보드 화면에서 관리할 수 있다.
‘클러스트 리포트’는 클러스트벤처스의 포트폴리오 기업뿐 아니라 클러스트파트너스의 전체 클라이언트, 협력 AC/VC의 포트폴리오사에도 무상으로 제공되고 있다. 손 대표는 “보육에 특화된 능력을 활용해, 당사와 협업 중인 AC/VC가 투자한 기업들에도 이런 시스템을 같이 도입해 주자는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감시 사각지대’ 메우는 재무 리스크 관리 시스템
손 대표는 특수관계자(혈족, 인척 등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 간 거래, 대여금 인출, 부채금 숨기기 등의 사례를 설명하며, 초기 스타트업에서 재무 리스크가 발생하는 핵심 원인은 “창업자를 방치하는 구조 자체”라고 강조했다. 일정 규모 이상 기업만 의무 감사 대상이기 때문에 초기 스타트업은 감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실질적인 감시 시스템이 부재한 실정이다.
그래서 클러스트벤처스는 초기 스타트업의 재무 리스크를 미리 점검 및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예시로 특정 금액 이상의 거래가 발생하면 거래처에 특수관계자가 있는지 사전에 필터링한다.
투자자 - 창업자 - 클러스트파트너스 3자 간 계약을 통해 회계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손 대표는 “일반적으로 결산 수행 중 알게 된 정보를 외부에 밝히는 것은 금지되지만, 3자 간에는 양해하는 계약을 체결해서 비밀 유지를 조금 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완화된 계약조건 덕에, 클러스트파트너스 산하 회계/세무법인은 부정의 정황들을 발견했을 때 회사의 동의 없이도 즉각적으로 투자자에게 보고할 수 있다. 투자자는 부정의 정황을 미리 파악하고 더 큰 위험을 예방할 수 있게 된다.
클러스트벤처스 손진원 대표.
재무 데이터로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신뢰성’ 판단
클러스트벤처스는 재무 분야 전문성을 기반으로 투자할 기업을 검토하는 정량·정성적인 기준을 적용하여, 산업분야를 가리지 않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초기 기업을 발굴하고 있다. 정량적으로는 기업이 일반적인 성장곡선의 위에 안착해 있는지, 그보다 하락세에 있다면 투자사의 보육을 통해 다시 성장 궤도에 올라설 가능성이 있는지를 판단한다. 손 대표는 “회사의 과거 지출 중 어떤 항목들이 어떻게 결손금으로 처리되었는지, 자본 잠식 상태인지, 고객이 얼마나 확보되어 있는지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성적인 기준에는 ‘신뢰성’이 있다. 단순히 인성적인 측면뿐 아니라, 재무제표에서 읽어낼 수 있는 창업자의 행태를 함께 의미한다. 예를 들어 대표자가 투자자와 협의 없이 인출해 간 대여금이 6억 원이라면, 그 ‘6억 원’은 창업자가 천만 원, 2천만 원씩 수차례 인출한 전적이 누적된 숫자다. 뒤늦게 알게 된 투자자 입장에서는 앞으로도 창업자가 투자금을 목적에 부합하게 사용할지,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유할지 신뢰하기 어렵다. 손 대표는 “팀이나 인성만 보면 좋으신 분이어도, 재무 관리를 어떻게 해 왔는지를 보면 다를 수 있다”라며 “대표자 대여금이나 특수관계자 거래들이 있는지, 부채들이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피트니스·바이오 집중 투자, 2배 이상 성장 성과
클러스트벤처스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부터 피트니스, 웰니스, 바이오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그 배경에는 운동선수 경력과 체육대학 전공 출신의 손 대표가 보유한 피트니스 분야 전문성에 있다. 클러스트벤처스의 잠재적인 LP(펀드 출자자)이자 클라이언트들 또한 피트니스, 웰니스, 의료 시장에 관심도가 높다.
장기적으로는 그 외 다양한 분야로도 투자를 넓혀나갈 예정이다. 바이오, 딥테크 등 도메인 지식이나 기술력을 요하는 산업 분야는 해당 분야 전문성이 있는 다른 AC/VC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 손 대표는 “다양한 VC/AC와 함께 투자처를 발굴하고 공동 투자 파이프라인도 구성하는 등 많은 협업 네트워크를 구성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러스트벤처스가 투자한 주요 포트폴리오 기업은 스마트 피트니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케밍컴퍼니’, 바이오 인포매틱스 기업 ‘오믹스바이오텍’, SaaS 기업 ‘코드웨이’, 프랜차이즈업 ‘라온코’ 등이 있다. 이들은 2~3배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다. 케밍컴퍼니는 투자 6개월 만에 가맹 매출이 3배 이상 늘었고, 오믹스바이오텍은 투자 당시 대비 기술 가치가 200% 이상 상승했다.
손진원 대표는 “창업자와 투자자는 ‘동반자’의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측 모두 ‘스타트업의 성장’이라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창업자들에게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기보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투자자가 자신의 성공과 성장을 돕는 동반자임을 인식하고, 엑싯(투자금 회수)이 가능한 구조를 고민하며 회사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클러스트벤처스는 창업자와 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이 사라지고, 모두가 한 배에 올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미래를 그린다. 손 대표는 “우리는 그 배의 ‘정비공’ 역할을 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클러스트벤처스는 오늘도 스타트업 안의 숨은 결함을 찾아내고 튼튼하게 수리하며, 한국 스타트업이 먼바다로 나아갈 준비를 돕고 있다.
이어진 스타트업 기자단 1기 기자 24u0urstarlight@gmail.com
Copyright ⓒ ATSQUA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