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前대표는 왜 전대 불출마 밝혔나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뉴스1 |
한동훈(52)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4일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불출마하자 정치권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 전 대표는 지난 대선 당내 경선에서 43.5% 가까이 얻었고, ‘보수 개혁’을 주장해왔다. 지지자들은 국민의힘 당원 가입 운동도 활발히 펼쳤다. 한 전 대표는 불출마 선언 하루 전인 23일까지도 출마 여부를 고심했지만 “아직 때가 아니다”라는 주변의 조언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대표는 8월 전당대회와 거리를 두고 ‘풀뿌리 보수 운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한다.
한 전 대표의 불출마에 대해 국민의힘 구주류에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왔다. 여론조사 업체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23일 발표한 여론조사(ARS)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차기 당대표 선호도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33.7%, 한동훈 전 대표 20.1%, 장동혁 의원 11.5% 순이었다. 후보들을 탄핵 찬반으로 구분하면 김 전 장관 등 반탄 후보들이 약 57%, 한 전 대표 등 찬탄 후보가 약 34%를 얻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탄핵 이후 대선을 거치면서도 반탄 6 대(對) 찬탄 4라는 구도가 유지되고 있다”며 “한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해 반탄 후보에게 패배할 경우 한 전 대표에겐 치명적”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19일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국회에서 열린‘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한미 동맹 및 통상외교 강화 방안 긴급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뉴스1 |
당이 현역 의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아닌 한 전 대표가 당권을 잡더라도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62.8%를 얻어 당대표에 당선됐지만 당 운영과 법안 처리 등을 놓고 당시 친윤계 의원들과 충돌했다. 대선 패배 직후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에서 구주류의 지원을 받는 송언석 현 원내대표가 60표, 친한계 김성원 의원이 30표, 계파색이 옅은 이헌승 의원이 16표를 얻었다. 한 친한계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 이후 한 전 대표에게 ‘전당대회에 나갈 때가 아니다’라고 조언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계엄과 탄핵의 강’을 빠르게 건너고 윤 전 대통령과 단호히 절연해야 국민의힘을 겨냥한 특검 수사나 더불어민주당의 ‘위헌 정당 해산’ 공세에서 당을 지킬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원뿐 아니라 당원 사이에서도 한 전 대표에 대한 강한 비토 여론도 존재한다. 최근 반탄 진영이 이런 ‘반(反)한동훈 정서’를 기반으로 결집하는 상황에 대해 친한계도 우려해왔다. 한 친한계 인사는 “구주류가 ‘계엄과 탄핵이 다 한동훈 때문’이라며 대선 패배 후 낙담한 당원들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며 “일방적 주장이지만, 한 전 대표가 나설 경우 계파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도 있는 것도 현실”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한 전 대표가 2023년 12월 비대위원장으로 국민의힘에 합류한 이후 2024년 당대표 선거, 2025년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하면서 당원들이 ‘출마 피로감’을 느낀다는 우려도 있었다.
한 전 대표 측은 전당대회 불출마 발표는 승리 가능성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출마 문제와 관련해 당 안팎의 인사들을 접촉하면서 “당을 바꾸고 보수를 쇄신하려면 바닥부터 다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전당대회 초반부터 특정 후보를 공개 지원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당의 극우화’를 경고하며 강연과 당원 모집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친한계 신지호 전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25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불출마 선언은 동료 시민들과 함께 아래로부터 땅을 갈아엎어 보겠다는 자진 하방(下放) 선언”이라며 “온·오프라인 정치 플랫폼을 만들어 풀뿌리 보수 운동을 펼칠 계획도 있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당대표 불출마를 선언하며 “희망의 개혁 연대를 만들어 전진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오세훈 서울시장,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의 관계 설정이 한 전 대표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이들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존재감을 나타낼 경우 보수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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