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사설] ‘주한 미군은 중국 견제’ 70년 안보 기본 틀이 바뀐다

조선일보 조선일보
원문보기

[사설] ‘주한 미군은 중국 견제’ 70년 안보 기본 틀이 바뀐다

서울맑음 / -3.9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조선DB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조선DB


미 국무부는 24일 한국과 미국이 주한 미군의 역할 재조정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동맹의 현대화’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한국 언론에 보낸 성명에서 “이번 협의는 한반도에서 미군과 한국군의 역할과 책임을 재조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제 동맹은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반드시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미국은 고위급 외교 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에 주한 미군을 현재의 북한 위협을 억지하는 전력에서 중국에 대응하는 전력으로 변화시키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에 국한됐던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영역을 인도·태평양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중국 문제가 있다. 미국은 지난 3월 말 공개한 ‘임시 국가방위전략 지침’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를 최우선 과제로 상정했다. 다음 달 발표될 새 국방전략(NDS)에는 이를 대비한 미군의 재편이 담길 방침이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미군과 교전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주한 미군이 이에 참여할 경우 우리가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미국은 여기서 나아가 한국군도 미군과 함께 중국의 침략에 맞설 것을 요구할 수 있다. 6·25 때 미군이 한국을 위해 피를 흘렸으니 이제 한국도 미국을 위해 피를 흘려 달라는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엔 이런 뜻이 명문화돼있기도 하다.

트럼프 정부는 이미 일본, 호주, 필리핀에 중국의 대만 침공 때 미국 측에 기여할 것을 요구했다. 이 3국은 이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 미·일은 이미 서해와 동중국해, 남중국해 일대를 하나의 전구(戰區)로 묶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이 주한 미군을 대북(對北) 억지에서 대(對)중국 전력으로 바꾼다면 이는 지난 70여 년간 한국 안보를 지탱해왔던 기본 구조가 바뀌는 문제다. 한미 동맹은 전혀 새로운 시험대에 서게 된다. 이재명 정부가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동맹은 본질적으로 흔들릴 것이다. 우리 국민이 미국과 함께 중국에 맞서 싸울 의사가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한미 동맹이 흔들리면 이는 우리 경제, 사회에 연쇄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일본 호주 필리핀으로 구성되는 서태평양 대중국 전선에 한국이 참여하는지를 보고 이재명 정부가 자신들 우군인지 아닌지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앞으로 전개될 통상과 안보 협상 전체에 영향을 줄 것이다. 지금 가장 중요하고 절실한 것이 한미 정상 간의 신뢰인데 이것이 결여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이 ‘친중’이라는 미국 일각의 의심부터 빨리 불식시켜야 한다. 지금은 국내 정치가 아니라 외교 안보에 전력 투구할 때다.

[조선일보]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