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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차에 외국인 노동자 매달다니, 국격 문제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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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차에 외국인 노동자 매달다니, 국격 문제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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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의 한 공장에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가 벽돌더미에 묶여 지게차로 들어올려지는 영상이 충격을 주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옴짝달싹 못 하자 동료들은 "잘못했다고 해야지"라며 조롱을 가했다. 세계 10위권 교역국가로 민주주의 문명국임을 자부하는 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인권 침해 행위다. 외국인들 보기에 대한민국 국격을 깎아먹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는 사업장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과 함께 외국인 노동자들의 근무 실태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영상을 공유하며 "눈을 의심했다. 소수자 약자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이자 명백한 인권유린"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모멸적 대접을 이역만리 타국에서 받았으니 얼마나 괴롭고 외롭고 서러웠겠나"라고 했다. 또 "세계인들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볼까 걱정된다"고도 했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외국인 노동자는 우리 사회의 소외된 영역에 있는 약자다. 이들을 괴롭히고 조롱하는 것은 힘없는 자에 대한 갑질에 다름 아니다. 물론 이주노동자를 인격적으로 대하고 선행을 베푸는 사업장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일부 불미스러운 소식은 계속된다. 지난 2월엔 폭언·폭행에 시달리던 네팔 출신 20대 노동자가 목숨을 끊기도 했다. 이주노동자의 임금 체불도 지난해 2만3254명에, 액수로는 1108억원에 달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내국인이 기피하는 3D 업종에서 고된 일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없으면 공장 가동이 힘든 곳들도 많다. 인구가 감소 중인 우리 사회에서 귀중한 인적자원이다. 그런 만큼 이들과의 공존 내지 상생의 지혜가 절실하다.

정부는 문제된 사업장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과 임금체불 등 법률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시적인 땜질식 해법에 그쳐선 안 된다.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한 강력하고 지속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코리안드림'을 품고 한국에 온 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안정적 근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우리 국격을 위해 늦출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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