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의 한 해변./AP 연합뉴스 |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인기 휴양지에서 현지 주민들의 가치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외국인 남성 관광객이 즐겨 입는 수영복 착용을 금지했다가 논란을 빚고 있다.
25일 AP통신에 따르면 알제리 셰타이비시는 이달 초 남성들의 ‘반바지 수영복’ 착용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가 이틀 만에 철회했다.
라야치 알라우아 셰타이비시장은 남성 관광객이 즐겨 입는 수영복 복장이 보수적인 남성 해수욕객들이 선호하는 더 길고 헐렁한 반바지와 달리 “음란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여름 복장은 주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우리 사회의 도덕적 가치와 예의에 어긋난다”며 “주민들은 더 이상 부적절한 옷을 입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외지인들을 보는 것을 참을 수 없다”고 했다.
시외지인은 알제리 다른 지역에서 온 방문객을 가리킨다. 셰타이비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바위 해안, 숲 언덕으로 유명한 알제리 동북부 휴양지로, 매년 여름마다 수천 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이 같은 조치는 큰 반발을 불렀다. 특히 인근 주요 도시 아나바 관료를 포함해 당국 관계자들은 알라우아 시장에게 금지 명령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알제리는 전체가 이슬람 문화권이지만 도시마다 종교적 보수성의 강도가 다르다. 아나바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부터 유럽 문화와 접촉이 많아 상대적으로 더 개방적이다. 특히 여름철 관광업이 지역 경제의 주요 수입원이라, 관광객 감소 우려에 이 같은 반발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은 페이스북에 입장을 올려 해당 명령이 이슬람주의자들의 보수적 압박이 아닌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논란의 금지 명령을 불과 이틀 만에 전격 철회됐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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