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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퇴근은 안녕하십니까?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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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퇴근은 언제입니까 l 6411 목소리 지음, 창비,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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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 2015년 드라마 ‘송곳’에 나온 명대사는 지금 서 있는 장소가 달라지면, 사람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드라마 속 구고신 노동상담소장 말처럼 “노동운동 10년 해서 사장 되면 노조 깰 생각부터 하게 되는 게 인간”이니까.



‘당신의 퇴근은 언제입니까’에서 60명의 노동자들은 각자가 서 있는 곳의 풍경을 말한다. 노회찬재단과 한겨레의 ‘6411의 목소리’에 자신의 삶을 연재한 노동자들은 경비원과 환경미화원부터 가전제품 분해 청소노동자, 미얀마 민족통합정부 한국대표부 노무관까지 다양하다.



노동자들은 각자가 지금 어떤 곳에 서 있는지 증언하고 고발한다. 재활용선별노동자는 “섞여 들어오는 각종 음식물 쓰레기에 반려동물 사체, 깨진 유리병, 심지어는 피 묻은 의료용 거즈나 주삿바늘까지 일일이 손으로 만져가며” 쉴 틈 없이 일한다. “열어 놓은 서랍이나 문에 부딪혀 머리가 찢어”지기도 하는 호텔 룸메이드는 비정규직 중년 여성 노동자란 이유로 정식 명칭 대신 ‘여사님’으로 불리는 현실에 좌절한다.



풍경이 달라진 노동자들은 설 곳을 잃는다. 제주 해녀에게 수풀처럼 모자반이 풍성하고 감태로 바닥이 안 보일 정도였던 바닷속은 어느새 돌이 바스러질 정도로 오염돼 풀도 못 자라는 사막이 됐다.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유가족과 쿠팡 택배 사망노동자 유가족들은 노동자의 목숨을 빼앗는 풍경이 누구 책임인지 쫓는다. 이렇게 책 속 60명은 묻는다. 당신의 퇴근은 안전하시냐고.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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