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고 고생하는 공무원에 확실한 보상
부패 행위·인권침해땐 신상필벌 강화 원칙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5차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7.24. bjko@newsis.com /사진=고범준 |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감사원의 정책감사 폐지를 지시한 것은 진짜 일하는 공직 사회를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과도한 정책감사는 자제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공직사회에 만연한 보신주의를 타파해야만 국가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5급 신임관리자과정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국민주권시대, 공직자의 길'이라는 주제로 직접 강연에 나서 "공무원들이 재량의 범위 내에서 선의를 갖고 하는 일이면 그게 실패할 수도, 성공할 수도 있는데 어느 날부터 실패하면 '너 왜 그렇게 결정했어'라고 책임을 묻는 이상한 풍토가 생겼다"며 "이러다보니 공직자들이 의무 외에 책임질 일은 절대로 안 하기로 마음먹기 시작했다. 이게 지금 현재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가) 일선 공무원 때문은 아니다. 정치 때문"이라며 "일선 공무원들이 스스로 합리적으로 판단해 선의를 갖고 하는 일에 대해 어떤 경우에도 책임을 묻지 않는 그런 제도, 그런 공직 풍토를 꼭 만들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정부 5년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국정기획위원회도 정책감사 폐지를 심도있게 논의해왔다.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지난 9일 브리핑을 통해 "말로만 '적극 행정'이 아니라 실제로 적극 행정을 할 수 있게 하는 인센티브 도입 등을 고민하고 있다"며 "또 감사원의 정책감사 때문에 공무원이 일을 안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문제까지 고민해서 공무원이 더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노무현 정부때부터 시작된 정책감사는 감사 대상과 범위에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늘 부작용에 대한 지적을 받아왔다.
감사원법에는 감사 권한에 대해 '감사원은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검사를 하고 이 법 및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회계를 상시 검사·감독하여 그 적정을 기하며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해 행정 운영의 개선과 향상을 기한다'고 적혀있을 뿐 공무원 직무 감찰시 구체적인 정책감사의 대상, 범위를 적시하진 않고 있다.
권한에 대한 규정이 모호하다 보니 정책감사가 정권의 입맛에 맞게 활용된다는 비판도 늘 제기돼왔다. 실제로 과거 4대강, 탈원전, 태양광 사업 등 각 정부의 핵심 과제들은 정권이 바뀌면 정책감사의 대상이 됐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회계감사는 정량감사인 반면 정책감사는 정무적인 감사가 될 수밖에 없다"며 "(정치감사로 변질되기 일쑤인) 정책감사를 세게 할수록 공무원들에게는 '시키는 일 외에 하지 말라'는 뜻으로 읽힌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규정은 모호한데 한번 정책감사 대상이 돼 수사선상에 오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공무원의 몫이 된다. 전 정권에서 열심히 일한 죄로 다음 정권에서 징계 대상에 오르면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공무원 사회에 책임질 일은 하지 않는 '무사 안일주의'가 팽배해졌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봉욱 민정수석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 관련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2025.07.24. photocdj@newsis.com /사진=최동준 |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은 이날 "이 대통령께서 과거의 악순환을 이번에 단절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말했다"며 "과거 정책에 대한 결정, 정책 당부와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정책감사하지 않는 쪽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는 감사원 감사사무 처리규칙 5조의 내용을 손보는 방안 등을 유관기관과 협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재명정부는 정책감사 폐지로 공무원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한편 일 잘하는 공무원과 고생하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보상해주기로 했다. 반면 책임을 소홀히 하는 공무원은 징계해 신상필벌의 원칙을 강화한다.
민원·재난·안전 업무를 비롯해 군 초급간부 등 현장에서 고생하는 공무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 한편 일 잘하는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포상과 승진을 확대한다는 계획인데 이 역시 이 대통령이 줄곧 강조해온 내용이다. 이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 서울한강홍수통제소를 찾아 안전 관리 담당 공무원의 처우 개선을 당부했고 이에 행정안전부 등은 인사 인센티브나 수당 인상 등의 방안도 검토중이다. 반면 대통령실은 공무원의 부패행위, 인권침해 행위와 같은 명확한 비위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한다고 밝혔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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