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 출마 의사, 복잡해지는 셈법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뉴스1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8·22 전당대회 막판 변수로 거론되던 한 전 대표가 불출마하면서, 국민의힘의 차기 당권 구도도 요동칠 전망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놓고 찬탄·반탄으로 나뉜 후보들 간 합종연횡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전 대표는 24일 페이스북에 “당대표 선거 출마 대신 정치를 쇄신하고 당을 재건하겠다”며 “극우로 당을 포획하려는 세력들과 단호히 싸우며 보수 혁신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며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보수 유튜버 전한길씨와 당내 반탄파 의원들을 겨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한 전 대표는 그간 의원, 정치 평론가, 원로 언론인 등을 만나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출마를 권유한 측에선 당이 여전히 찬탄과 반탄으로 갈라진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당대표에 출마할 경우 반탄파가 결집하는 빌미를 주고, 구주류의 반발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반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불출마는 무책임한 태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이날 “퇴행 세력이 ‘극우의 스크럼’을 짠다면 우리는 ‘희망의 개혁 연대’를 만들어 전진해야 한다”며 연대 가능성도 시사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엔 지금까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조경태(6선)·안철수(4선)·장동혁(재선)·주진우(초선) 의원이 출마 선언을 했다. 원외 가운덴 양향자·장성민 전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대선 두 달여 만에 치러지는 이번 전당대회는 대선 경선 후보들이 유력한 주자로 거론되면 ‘대선 리턴매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대선 경선 후보 중 나경원(5선) 의원에 이어 한동훈 전 대표가 불출마하면서 후보들의 셈법도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주진우 의원, 당대표 출마 선언 - 국민의힘 주진우(왼쪽)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 후 같은 당 윤상현 의원과 만나고 있다. /남강호 기자 |
반탄 진영 가운데 김문수 전 장관은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대선 후보를 지내 후보군 가운데 인지도에서 앞선다는 평가다. 다만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선 지난 대선 당시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 무산에 김 전 장관도 책임이 있다는 인식도 있다.
당내 구주류 일부와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장동혁 의원을 지지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판사 출신인 장 의원은 한동훈 대표 당시 최고위원, 사무총장을 맡아 지난 총선 공천 실무를 책임졌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탄핵 대응을 놓고 한 전 대표와 갈라섰고, 탄핵 반대 집회에 적극 참여했다. 장 의원은 최근에도 “계엄은 민주당 책임”이라며 “내부 총질자들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한 전 대표가 불출마하면서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원하는 당내 찬탄 그룹의 향방도 주목된다. 조경태 의원은 윤 전 대통령 체포 당시 사저 앞에서 갔던 구주류를 겨냥해 대대적인 인적 청산을 주장하고 있다. 조 의원은 찬탄파 중심의 ‘혁신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安·吳 '당 혁신' 공감대 -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안철수(왼쪽) 의원이 24일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오찬 회동을 앞두고 악수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은 당 혁신에 대한 공감대를 나눴다고 밝혔다. /김지호 기자 |
찬탄파인 안철수 의원은 한 전 대표에 이어 24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났다. 안 의원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오 시장과 오찬을 한 후 “자유시장 경제를 신봉하는 수도권 보수 세력과 영남권 보수 세력이 힘을 합치는 집권 연대를 복원시켜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뤘다”고 했다. 오 시장도 회동에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은 정권 실패와 대선 패배에 책임 있는 분들이 물러서야 할 시점”이라며 “이번 전당대회는 당 회생의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고, 과거와 단절하고 미래로 가는 출발선이 돼야 한다”고 입장을 냈다.
이날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주 전 실시된 직전 조사보다 2%p 떨어진 17%를 기록했다. NBS 기준으로 2020년 국민의힘 창당 이후 최저치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43%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갑질 논란 등 이재명 정부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윤희숙 혁신위의 좌초와 전한길씨 입당 파문 등으로 당이 내홍을 거듭하면서 지지율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양지혜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