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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손 제스처만으로 컴퓨터 제어하는 ‘손목 밴드’ 공개

조선일보 박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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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손 제스처만으로 컴퓨터 제어하는 ‘손목 밴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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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근육 ‘전기 신호’ 읽어내
움직이려는 의도만 있어도 감지
허공에 손짓만으로 컴퓨터를 작동시키고, 스마트폰 앱을 켜고 끌 수 있는 손목 밴드가 공개됐다. 손목을 돌리면 컴퓨터 화면에 커서가 나타나고, 엄지와 검지를 맞대면 앱이 실행하는 식이다. 키보드나 마우스 등 주변 기기 없이도 각종 전자 기기를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팔뚝 근육의 전기 신호를 정밀 감지해 기기를 제어하는 손목 밴드를 개발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23일(현지 시각) 밝혔다. 손목시계처럼 생긴 이 기기는 손가락, 손목의 근육 활동의 전기 신호를 감지하고, 이를 인공지능(AI)이 해석해 컴퓨터 입력 방식으로 변환해준다. 손목 안쪽을 둘러싸는 띠 부분에는 총 48개 전극이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돼 다양한 근육 신호를 감지한다. 시계의 본체 같은 부분은 ‘컴퓨팅 캡슐’로, 감지한 근육 신호를 실시간으로 디지털로 변환해 블루투스로 PC나 스마트폰에 전송한다.

팔뚝 근육의 전기 신호를 감지해 컴퓨터,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제어하는 메타의 손목밴드. 손목을 돌려 화면의 커서를 조작하고, 공중에 손글씨를 써 컴퓨터에 글자를 나타낼 수 있다. /메타

팔뚝 근육의 전기 신호를 감지해 컴퓨터,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제어하는 메타의 손목밴드. 손목을 돌려 화면의 커서를 조작하고, 공중에 손글씨를 써 컴퓨터에 글자를 나타낼 수 있다. /메타


메타 연구팀은 “연습을 통해 글쓰기 입력 속도와 문자 오류율 등이 개선되고, 커서 제어 정밀도도 높아졌다”고 했다. 메타 연구팀은 시제품을 실험한 1만명의 데이터를 수집해 AI에 학습시켰다. 그 결과 처음 착용하는 사람들도 필기와 제스처 감지에서 90% 이상의 정확도를 달성했다. 개인 데이터를 20분간 추가로 학습시키면, 손 글씨 인식 성능이 최대 16% 개선됐다. 메타는 수년 내에 이 기술을 제품에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이 손목 밴드는 실제로 손을 움직이지 않고, 움직이려는 ‘의도’만 가져도 이를 감지하고 전자 기기를 제어하게 된다. 우리가 손을 움직이려 하면 뇌가 가장 먼저 손 근육에 운동 신호를 보내는데, 손목 밴드가 이 미세한 신호를 먼저 감지한다. 토머스 리어든 메타 연구부사장은 “손가락이 움직이기도 전에 전기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며 “실제로 움직일 필요 없이 움직이려는 의도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손가락이 절단됐거나, 마비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리어든 부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웹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 개발을 주도했다. 그는 신경망 인터페이스 기업인 ‘Ctrl Labs’를 2015년 창업했고, 이 업체는 2019년 메타에 인수됐다. 이후 메타의 ‘리얼리티 랩스’ 산하에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리얼리티 랩스는 가상현실(VR) 헤드셋인 ‘퀘스트’와 AI 안경인 ‘레이밴 스토리’ 등을 개발하고 있다.

[박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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