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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3일 국회 본회의 직후 다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이 지난 23일 두 차례 의원총회를 열어 ‘윤희숙 혁신안’을 논의했으나 별 소득 없이 끝났다. 첫 의총은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불참해 1시간 만에 해산했다. 두번째 의총에선 윤 위원장이 1호 혁신안인 ‘당헌·당규에 계엄·탄핵 등에 대한 대국민 사죄 명시’만이라도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했지만, 흔쾌히 찬성하는 목소리가 없었다고 한다. 계엄·탄핵에 대한 사죄는 국민의힘이 새출발을 하기 위해선 반드시 떼야 할 첫걸음이다. 그러나 이조차도 가로막힌 게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 때부터 벌써 몇번째인가. ‘인적 쇄신’은 아예 논의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 도무지 ‘보수 회생’의 희망을 찾아볼 수 없다.
‘송언석 비대위’를 앞세운 친윤석열계 주류의 책임이 크다.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원내대표가 되자마자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등을 담은 ‘김용태 혁신안’을 무산시킨 장본인이다. 안철수 전 혁신위원장의 ‘쌍권’(권영세·권성동) 전 지도부에 대한 인적 쇄신 요구를 거부했고, 윤 위원장의 ‘나윤장송’(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 송언석 위원장)에 대한 인적 쇄신 요구도 일축한 바 있다. 이날도 첫 의총 무산과 관련해 윤 위원장은 비대위가 자신을 부르지 않아 참석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비대위 쪽은 윤 위원장이 참석 여부를 답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혁신위원장이 빠진 상황에서 혁신안을 논의하는 의총을 연 것부터가 혁신안을 받을 의지가 없다는 표시 아니고 뭐겠나. 이처럼 모든 혁신안을 부정할 거라면 애초에 혁신위는 왜 만든 것인가.
비대위의 외면 속에 친윤 당권 주자들은 혁신안에 대한 반발을 노골화하고 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23일 “혁신안을 그대로 받으면 국민의힘은 30~40석 이상은 빠져나간다”고 했고, 장동혁 의원은 “혁신이란 이름으로 특정인을 청산하겠다, 사과하겠다면서 당을 내부 싸움터로 돌려놓았다”고 했다. 24일엔 윤상현 의원이 ‘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전한길씨와의 “절연·단절에 반대한다”며 “‘너부터 책임져’라고 하는 건 혁신이 아니다”라고 했다. 혁신은커녕 ‘탄핵 반대’를 외치던 시절로 퇴행하겠다는 선언과 다를 게 없다. 반면, 한동훈 전 대표는 같은 날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대로라면 전당대회 전 혁신은 물 건너가고, 영남·강남·극우에 기댄 친윤 기득권 세력은 더욱 기세등등해질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이미 10%대(24일 전국지표조사 17%)로 떨어진 국민의힘 지지율은 더욱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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