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잎채소가 가지고 있는 비타민C, 식물성 생리활성물질, 그리고 마그네슘 같은 성분들도 당뇨병 위험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게티이미지뱅크 |
대한당뇨병학회에서 발간한 2024 한국인 당뇨병 팩트 시트(Diabetes fact sheet in Korea) 자료에 따르면 30살 이상 성인 7명 중 1명(14.8%)이 당뇨병을 가지고 있습니다(2022년 기준). 당뇨병 전 단계 유병률은 30살 이상 성인 10명 중 4명(41.1%)으로 매우 높습니다. 특히 당뇨병 유병자 중 절반 이상은 비만, 복부비만,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같은 동반질환을 가지고 있어 건강한 삶을 위해 적절한 혈당 관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2025년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우리나라에서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 당뇨병 전 단계 성인을 위한 맞춤형 영양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이 가이드라인에서 대부분의 연령대(청년, 장년, 노년층)에서 빠지지 않고 포함된 것이 신선하고 다양한 채소 섭취에 대한 권고입니다.
채소와 과일 섭취가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체계적 문헌 고찰 및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과일 또는 녹색 잎채소(Green leafy vegetables) 섭취 증가는 제2형 당뇨병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채소와 과일에는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하고 에너지 밀도와 혈당 부하가 낮기 때문입니다. 또한 채소와 과일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인슐린의 민감도와 분비를 개선해 당뇨병 위험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녹색 잎채소가 가지고 있는 비타민C, 식물성 생리활성물질, 그리고 마그네슘 같은 성분들도 당뇨병 위험 감소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채소와 과일 섭취는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주어 당뇨병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코호트 연구에서는 과일 섭취가 장내 미생물 조성과 대사산물에 긍정적 영향을 주며, 이는 제2형 당뇨병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 연구에서 채소 섭취는 당뇨병 위험 감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고했는데, 이는 중국 문화권에서 소비되는 대부분의 채소는 충분히 익혀 조리하기에 그로 인해 장내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이 약화되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는 과일군 식품을 필요 이상 섭취시 급격한 혈당 상승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식사 계획을 짤 때 별도의 간식으로 구성하거나 음식과 함께 섭취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또한 과일은 주스보다는 생으로 섭취하기를 권장합니다. 그러나 최근 체계적인 문헌 고찰 연구에서는 100% 과일주스 섭취가 혈당 대사와 당뇨병에 미치는 영향이 중립적임(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은 결과)을 보고하여 100% 과일주스를 적절하게 섭취할 때 혈당 조절에 해롭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성인 17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 흰 빵 100 g과 함께 물, 홍차, 레몬주스를 각각 250 mL 섭취한 후 혈당 반응을 비교했습니다. 이때 레몬주스 섭취시 최고 혈당 피크를 평균 30 % 낮췄고, 최고 혈당 도달 시간도 물 대비 약 35분 지연시킴을 보고했습니다. 이러한 효과는 레몬주스가 음식의 pH를 낮춰 타액 아밀라아제 효소 활성을 저하하고 이로 인해 전분 소화가 지연돼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것으로 봅니다. 또한 20명의 건강한 대학생을 대상으로 사과와 블랙베리 원물을 섭취한 경우와 스무디 형태로 섭취한 경우를 비교한 연구에서도 원물을 섭취한 경우나 스무디 형태로 섭취한 경우 모두 혈당 피크에 큰 차이가 없었다고 보고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연구들의 결과는 연구 대상자, 과일의 종류, 섭취 형태, 섭취 시기와 양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서 동일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착즙주스의 경우 혈당을 올린다는 인식이 있는데 실제로 착즙주스가 혈당에 미치는 영향은 앞서 언급한 다른 연구들과 같이 착즙하는 채소와 과일의 조성, 양, 섭취 시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필자는 건강한 성인 10명을 대상으로 착즙주스의 조성에 따라 혈당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연속혈당측정기를 이용해 측정했습니다. 착즙주스 1잔(240mL) 기준으로 그린CCA주스(셀러리 240g, 양배추 30g, 사과 30g)와 그린라이트주스(셀러리 120g, 양배추 90g, 케일 90g, 레몬 20g)를 섭취시켰을 때 두 주스 모두 섭취 후 혈당 변화(0∼120분)가 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식빵 100g을 물과 함께 섭취한 경우와 그린라이트주스와 함께 섭취한 후 혈당 변화를 비교했을 때 그린라이트주스와 함께 섭취했을 때 혈당이 덜 올랐다는 것입니다.
이는 셀러리와 케일과 같은 녹색잎 채소가 자연적으로 당 함량이 낮고 침 속의 알파아밀라아제의 활성을 낮춰 빵의 전분이 포도당으로 분해되는 속도를 늦춰줄 수 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착즙주스에는 불용성 식이섬유는 제거됐을지라도 여전히 수용성 식이섬유가 존재하고 이는 장에서 당 흡수 속도를 늦추고 혈당 피크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착즙주스 형태로 채소와 과일 섭취시에는 채소 위주의 조성으로 구성하는 것이 혈당 관리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며 탄수화물 식품을 섭취할 때 채소 함량이 높은 주스와 함께 섭취하면 혈당 관리 측면에서 더 이로울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채소와 과일 섭취가 우리 건강에 매우 이롭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채소와 과일을 어떤 조성으로 어느 정도의 양을, 어떤 형태로 섭취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 대상자의 특성(질환 여부, 영양상태 등)에 맞게 고려할 필요성이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는 추가적으로 지속돼야 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건강한 혈당 관리를 위해서 채소 섭취는 비전분 채소 위주(브로콜리, 시금치, 상추 등)로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잎채소나 뿌리채소, 십자화과 채소(예: 브로콜리, 양배추) 섭취가 탄수화물의 흡수를 느리게 하고 식후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막아줄 수 있습니다. 또한 식사 전의 채소 섭취가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과일은 혈당지수(GI)가 낮은 것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과, 배, 자두, 오렌지 같은 과일은 수박, 포도 등에 비해 혈당지수가 낮습니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음료 한 잔이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건강한 삶과 현명한 혈당 관리를 위해 가급적 당이 첨가된 형태의 음료를 피하고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되는 채소와 과일 섭취 방법을 찾아보고 실천해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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