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적으로 고마움 몰라…아내 대한 열등감 시달렸을 것"
박선영 진실화해위 위원장. 2025.5.2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은 60대 남성이 직접 제작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우리 민족은 태생적으로 고마움을 모르는 선택적 땡큐결핍증"이란 의견을 냈다.
박 위원장은 전날(22일) 페이스북에 "며칠을 망설이다 욕 먹을 각오로 쓴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위원장은 "우리 민족은 태생적으로 고마움을 모르는 선천성 땡큐결핍증 환자들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번에 그 생각이 확신처럼 굳어졌다"면서 "아버지가 아들을 그 아내와 어린 손주가 보는 앞에서 총으로 쏴 죽였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요즘 세상에 시아버지 생일상을 집에서 차려주는 며느리가 있다는 사실이 나는 더 놀라운데, 그 며느리의 남편인 자기 아들을 며느리가 보는 앞에서 총살을 하다니"라고 적었다.
이어 "그 아비는 평생을 무직으로 살았단다"며 "아비의 아내인 아들의 엄마는 미용관련 사업을 해서 크게 성공을 했고, 그 덕분에 이혼한지 20년이 더 되는 지금도 그 아비는 성공한 아내 명의의 70평짜리 아파트에 홀로 산단다"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프로파일러가 아니더라도 범행동기와 그 심리의 형성과정이 대충 그려진다"며 "아비는 상당 기간 동안 아내에 대한 열등감과 자격지심, 피해의식에 시달려왔으리라"고 했다.
그는 "유달리 남녀가 유별한 사회에서 조성돼온 페이스 컬쳐(Face Culture·체면을 중시하는 문화)는 아내가 남편보다 잘나 보이는 것도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개천에서 용난 경우 아무리 그 용과 그 부인이 최선을 다해 부모와 형제들을 도와도 그들은 고마워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타인의 거울에 비친 내 모습, 내 허상만 중요한 체면지상주의, Face Culture가 초래한 범죄"라며 "나에게 주어진 것, 아주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모르는 선천적 땡큐결핍증이 사라지지 않는 한 대한민국 사회는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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