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기자]
한화오션이 연이은 수주 낭보와 함께 해외 진출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시절 막대한 적자로 채권단 관리 체제에 놓였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최근에는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대량 수주도 가시화되며 선종 포트폴리오도 다변화도 이뤄냈다.
대만발 컨테이너선 호재…선종 다변화 청신호
대만 양밍해운은 지난 18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제404차 이사회를 열고 1만5000TEU(1TEU=6m 길이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7척을 한화오션에 발주하는 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이 연이은 수주 낭보와 함께 해외 진출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시절 막대한 적자로 채권단 관리 체제에 놓였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최근에는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대량 수주도 가시화되며 선종 포트폴리오도 다변화도 이뤄냈다.
대만발 컨테이너선 호재…선종 다변화 청신호
대만 양밍해운은 지난 18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제404차 이사회를 열고 1만5000TEU(1TEU=6m 길이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7척을 한화오션에 발주하는 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아직 세부 내용은 확정 전이라는 입장이지만, 시장의 기대감은 크다. 중국에 의해 영역을 침범받던 고부가가치 컨테이너선 분야에서 국내 조선사가 여전히 우위에 있다는 시그널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계약 소식이 반가운 이유는 대만 선사들의 발주 트렌드가 차츰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해운 시장에서 7·10·11위를 유지 중인 대만 선사들은 그간 중국산 선박 의존도가 높았다. 중국 선박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컨테이너선의 경우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 외교 안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대만 기업들이 중국의 군사 위협에도 불구하고 고위험 조선소에 선박을 구매하며 해군력 증강을 돕고 있다"며 "대만 1위 에버그린은 자사 발주량의 15% 이상이 중국 해군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소에서 건조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중국 조선해운 제재가 예고되고, 국제해사기구(IMO)와 유럽연합(EU)가 선박 탄소규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함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졌다. 대만 선사들도 차츰 한국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한화오션이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모양새다. 이번 양밍과 계약 소식 이전, 지난 3월에는 에버그린으로부터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따냈다. 6월 말 기준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척당 3700억원 이상으로, 현존하는 모든 선종 중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한화오션으로서도 긍정적인 흐름이다. 먼저 대만발 컨테이너 물량은 모두 '초대형' 혹은 '이중연료 추진선'이다. 이들은 고부가가치선박으로 분류된다. 2022년 이후 대량의 수주가 몰리며 도크 여유가 많지 않은 한화오션은 한 척을 수주하더라도 더 많은 수익성을 추구해야만 한다. 여기에 부합하는 게 고부가가치 컨테이너선 선별수주다.
동시에 선종믹스 효과도 볼 수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카타르발 LNG운반선 물량 의존도가 높은 조선사였다. 클락슨리서치와 IBK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1, 2, 3분기 한화오션의 수익에서 카타르 1차 LNG운반선(2021년 수주)이 차지한 비율은 각각 65%, 60%, 49%로 절반 이상이었다. 이런 흐름이 지난해 4분기부터 카타르 제외 LNG운반선(2022년 수주) 물량의 수익화가 급격히 실현되며 달라지고 있다. 더불어 2023년까지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한 컨테이너선 물량 역시 2024년 6척, 2025년에는 1분기에만 6척을 수주하는 등 급증하고 있다. 기타 탱커 물량도 2024년 이후 11척의 수주잔고를 유지 중이다.
이런 선종믹스는 특정 선종 발주 감소나, 기존 고객과 거래 중단 등의 리스크가 발생하더라도 유연히 대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글로벌 선사들에게도 LNG운반선부터 컨테이너선, 탱커까지 모두 잘 만드는 조선사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효과도 있다.
해외 진출 선봉…정부 지원까지
해외 현지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는 한미 조선업 협력의 대표 수혜자다. 지난해 인수 완료한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는 양국 조선협력의 상징이 됐다. 현재 한화오션은 이를 활용해 미국 군함 MRO(유지 보수 정비) 수주 등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눈에 띄는 건 필리조선소와, 계열사 필리십야드의 활용 방안이다. 필리조선소는 도크가 작고 설비 최신화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만큼 대형 선박 건조는 여전히 힘들다. 이에 한화오션은 계열사인 한화오션이 LNG운반선을 필리십야드에 발주하고, 필리십야드가 이를 다시 거제조선소에 하청을 주고 건조하는 계약 구조를 형성했다.
다소 생소한 계약 구조를 통해서라도, 미국 현지 선박법과 해운법을 적용받는 선박을 우선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의 고도화된 조선 기술을 한화필리십야드에 단계적으로 이양하는 목적도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북미 시장 선점을 위한 첫 행보로 봐달라"며 "미국 연방정부가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인 미국산 LNG운반선을 활용한 미국산 LNG 수출 운송 의무화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진출도 서두르고 있다. 지난달 23일 이사회에서 캐나다지사 설립을 의결하고 캐나다초계잠수함프로젝트(CPSP) 입찰에 도전한다. 캐나다 해군은 3000톤급 잠수함 8~12척을 도입하는 CPSP를 추진 중이다. 사업 규모만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시한 모델은 KSSⅢ(도산안창호급)으로 한국 해군의 최신예 잠수함이다. 한화오션이 우리 기술로 독자 설계 건조한 첫 번째 3000톤급 잠수함으로 이름 높다. 특히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제외한 재래식 잠수함으로선 세계 최고 수준 스펙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만큼 이번 수주전에서도 우위를 가져갈 수 있으리란 평가다.
정부도 이런 한화오션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단장을 맡은 특사단이 22일 캐나다로 출국했다. 특사단은 주로 CPSP 사업 수주를 위한 지원사격을 담당할 전망이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방산과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가져올 수 있도록 발로 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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