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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새 부활 프로젝트가 던지는 물음들 [오철우의 과학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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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새 부활 프로젝트가 던지는 물음들 [오철우의 과학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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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한 새 모아의 상상도(1892년). 모아는 키가 3m, 몸무게가 260㎏이나 되는 거대한 조류였다. 모아는 사람이 살지 않던 뉴질랜드에 13세기 마오리족이 정착하면서 사냥감이 되어 급격히 줄어들었고, 16세기 무렵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미국 생명공학기업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가 뉴질랜드 마오리족이 함께 설립한 연구기관 등과 협력해 모아를 복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멸종한 새 모아의 상상도(1892년). 모아는 키가 3m, 몸무게가 260㎏이나 되는 거대한 조류였다. 모아는 사람이 살지 않던 뉴질랜드에 13세기 마오리족이 정착하면서 사냥감이 되어 급격히 줄어들었고, 16세기 무렵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미국 생명공학기업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가 뉴질랜드 마오리족이 함께 설립한 연구기관 등과 협력해 모아를 복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미국 듀크대학의 보전생태학자인 스튜어트 핌은 멸종 동물 복원 사업을 비판하며 쓴 글에서, 영화 ‘쥬라기 공원’의 장면을 빗대어 종 복원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초식 공룡 한마리를 살리기 위해 나무 수천그루뿐 아니라 꽃가루받이 곤충, 그리고 어쩌면 필수적인 공생 균류가 필요할 것이다.” 종 복원이 생물종 하나를 되살린다고 끝나는 게 아님을 강조한 말이다.



생명공학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해 지금은 멸종 동물을 유전체 합성과 편집 기술로 되살리려는 시도가 공상과학만은 아닌 시대이다. 요즘 이 분야에서 주목받는 생명공학 기업으로 미국의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가 꼽힌다. 콜로설은 지난 4월에 1만년 전 멸종한 다이어울프와 유사한 늑대를 재현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이달에는 600여년 전 뉴질랜드에서 사라진 새 모아를 되살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모아는 키 3m, 무게 250㎏이나 되는 대형 조류인데 타조처럼 날개가 퇴화해 땅에서 생활했다. 사람이 살지 않던 뉴질랜드에 13세기 마오리족이 정착하면서 사냥감이 되어 급격히 줄어들었고, 16세기 무렵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다. 콜로설은 모아 유물에서 디엔에이 염기서열을 해독하고 모아의 특성을 살린 유전자를 편집한 다음, 이를 에뮤 같은 현생 친척종의 배아에 넣어 모아를 복원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사실 멸종 동물 복원은 여러 논쟁 속에서 발전해온 과학기술이다. 이미 여러 과학자들은 콜로설이 재현했다는 다이어울프조차 사실상 유전자변형 늑대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마찬가지로 모아 복원이 성공하더라도 에뮤 같은 현생종의 유전체를 통해 만들어진 유전자변형 동물이라는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뉴질랜드 오타고대학의 닉 롤런스 교수는 “그 안에 모아의 ‘마우리’(mauri·생명력)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 근본적인 물음은 오래전 멸종한 동물을 지금 되살린다는 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쥬라기 공원’에서 부활한 초식 공룡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멸종한 나무와 풀이 함께 복원됐기 때문이다. 먹이가 되는 나무와 풀이 생장하는 데에는 수많은 곤충과 미생물도 있어야 한다. 되살아난 모아는 600년 전과 아주 다른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과거의 모아는 현재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종처럼 살지도 모른다.



보도에 따르면, 콜로설 쪽은 보드게임인 ‘젠가’에 비유해 종 복원 필요성을 강조한다. 쌓아올린 나무토막이 하나씩 빠질 때 젠가 탑이 무너질 위험은 커진다. 마찬가지로 생물종이 소실되면 생태계 구조가 무너질 위험도 커지는데, 종 복원이 생태계 안정을 회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생태학자들은 오래전 사라진 종을 되살려 젠가 탑에 억지로 끼워넣으면 생태계에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고 반박한다.



생명공학은 멸종한 종의 복원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하지만 할 수 있다고 해서 다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원주민 공동체의 동의, 생태계 영향뿐 아니라 당장 멸종 위기에 처한 수많은 생물종 보전이 더 시급하지 않은지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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