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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 '좀비딸' … 올해 첫 번째 천만영화 나오나 [ER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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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 '좀비딸' … 올해 첫 번째 천만영화 나오나 [ER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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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호 기자]


좀비딸

7월 30일 개봉 | 코미디 | 12세 | 한국

감독: 필감성

출연: 조정석, 최유리, 이정은, 윤경호, 조여정

보아의 No.1에 맞춰 댄스 대회를 준비하는 15살 딸 수아(최유리). 다정한 맹수 전문 사육사 아빠 정환(조정석). 어느 날 전 세계를 강타한 좀비 바이러스에 수아가 감염된다. 정환은 어머니 밤순(이정은)이 사는 바닷가 마을 은봉리로 수아를 데리고 간다. 감염자를 색출해 내려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수아가 어렴풋이 사람 말을 알아듣고, 평소 연습하던 No.1 춤과 할머니 밤순의 따끔한 효자손 맛에 반응하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사람으로서 기억을 되찾으면 바이러스가 사라진다는 정보에 정환은 호랑이 사육사의 경험을 살려 좀비 딸 트레이닝에 돌입한다.

<좀비딸>은 2025년 첫 번째 천만 영화가 될 수도 있겠다. 올해 목격한 일반 관객 시사회 반응 중 No.1이었다. 객석에서는 웃음도, 눈물도 동시에 터졌다. 마치 <7번방의 선물> 시사회 같았다. 영화가 처음부터 정해놓은 팁처럼, <좀비딸>은 아빠와 딸이 함께 보는 걸 추천한다.


다른 영화에 비유해 요약하면, <좀비딸>은 <부산행> 버전의 <7번방의 선물>이다. 동명 원작 웹툰이 있는데도, 굳이 다른 천만 영화가 떠올랐던 건 <좀비딸> 배급사 NEW의 '천만 영화' 공식이 모두 적용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극중에서도 <부산행>이 언급된다.

코믹한데 공포스럽고, 웃긴데 눈물나고, 판타진데 현실적이다. 양극의 감정을 순간적으로 바꾸는 편집의 힘이다. 호흡이 좋다. 일반시사회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영화가 놀라게 만드는 장면에선 모두가 놀라고, 웃기는 장면에서 함께 웃으며, 안타까운 장면에서 다 같이 운다. '자막 없이 보는 한국영화'를 영화관에서 다 같이 볼 때만 갖는 매력을 오랜만에 느끼게 만든 영화다.

브릿지 장면들도 한몫한다. 첫 좀비 등장 장면은 코믹과 공포를 극단적으로 오가며 몰입을 유도한다. 병원 장면에서 군인의 총소리는 액션영화의 총소리 대신 귀가 먹먹해지는 듯한 그 날카로우면서도 둔탁한 이명 현상으로 현실적인 사운드로 구현된다. 그 순간, 코믹 판타지에서 일순간 현실로 전환되는 긴장감을 만든다. 이어지는 아빠 정환과 딸 수아의 장면에서는 짧은 회상 씬만으로도 딸에 관한 아빠의 감정을 전하며 관객들을 울린다.


물론 극중 밤순이 할머니처럼 '대문자 T'인 관객에게는 트집 잡을 구석이 있다. 하지만 대문자 T가 세상에 없는 좀비 영화를 선택할 리 없다. 그런데도 이 영화를 선택했다면, T답게 감독이 왜 그렇게 지나갔는지 이성적으로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는 게 관람 팁이다.

모든 배우가 다 좋았다. 아빠 정환 역의 조정석, 딸 이수아 역의 최유리, 할머니 역의 이정은, 정환 동창 조동배 역의 윤경호, 정환 첫사랑 신연화 역의 조여정, 그리고 고양이 김애용 역의 금동이, 그리고 은봉리 반 친구들까지도.

1등은 이수아 역의 최유리다. 좀비가 되어 대사가 많지 않지만, 그 마음이 다 전해진다. 특히 후반에 내뱉는 두 단어는 모두 아빠 정환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것들을 '먹었을 때'다. 그게 어떤 의미일까. 식구(食口)라는 뜻이다. 즉, 한집에서 같이 살며 밥을 함께 먹는 사람, 그게 가족이란 뜻이다.


<엑시트>, <파일럿> 등으로 여름 영화 시장의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조정석은 이번에도 안정감 있는 캐릭터를 선보인다.

윤경호는 이런 상황에 늘 있는 캐릭터지만, 억지스럽지 않고 '삼촌'으로서 역할을 해낸다.

조여정은 영화감독 운 혹은 시나리오 보는 눈이 좋다. 매번 새롭다. 몇 장면 아닌데도 '외전'을 떠오르게 만든다.

한편, 동창으로 나오는 조정석과 윤경호은 1980년생, 조여정은 1981년생으로 또래 배우이다. 그런데 할머니 밤순을 연기한 이정은은 그들보다 10살밖에 많지 않은데도, 그들의 엄마뻘 연기를 효자손 하나로 위화감 없이 '대문자T'로 소화했다.

이처럼 모든 배우의 연기가 좋았기에, 특별 출연한 조한선의 연기는 더욱 인상 깊었다. 단 두 장면만으로도 그 안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조한선의 '비열한 매력'이 빛난다.

정환은 수아에게 춤을 가르치며 말한다. "너답게 춰." '아름-답다' 어원의 가설 중 하나가 '나-답다'이다. 나다움을 회복하는 것이 곧 치유다. 영화는 이 메시지를 좀비 바이러스와 기억 회복의 은유로 풀어낸다.

무엇보다 <좀비딸>은 어떤 구호보다 더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세상의 모든 딸 아빠들이 정환 같으면 세상은 바뀐다. 우리 딸, 언제나 No.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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