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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차별은 모르겠고’...트럼프, 인디언스·레드스킨스 원래 이름 복구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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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차별은 모르겠고’...트럼프, 인디언스·레드스킨스 원래 이름 복구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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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9일 워싱턴 디시(D.C.) 백악관의 국빈 식당에서 열린 아프리카 5개국 정상들과의 오찬 중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9일 워싱턴 디시(D.C.) 백악관의 국빈 식당에서 열린 아프리카 5개국 정상들과의 오찬 중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종 차별 문제로 이름을 바꾼 미식축구팀과 야구팀에 과거 이름으로 돌아가라며 협박해 논란이 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미식축구팀 워싱턴 커맨더스의 명칭을 두고 “워싱턴 ‘거시기’는 당장 팀명을 레드스킨스로 다시 바꿔야 한다”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위대한 수많은 인디언은 이를 원하고 있다. 그들의 유산과 자랑은 체계적으로 박탈당했다”며 “3~4년 전과 세상이 달라졌다. 이제 우린 열정과 상식의 나라다”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인 21일엔 수위를 더 높였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원래의 워싱턴 레드스킨스로 이름을 다시 바꾸지 않으면, 워싱턴에 경기장을 짓는 계약을 못 하도록 제한을 걸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 이어 그는 “인디언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IGA)!”라고 썼다.



윗줄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의 로고(왼쪽)와 가디언스 로고(오른쪽). 아랫줄은 워싱턴 레드스킨스 시절의 로고(왼쪽)와 커맨더스 로고(오른쪽). 출처 위키미디어

윗줄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의 로고(왼쪽)와 가디언스 로고(오른쪽). 아랫줄은 워싱턴 레드스킨스 시절의 로고(왼쪽)와 커맨더스 로고(오른쪽). 출처 위키미디어


내셔널 풋볼 리그(NFL)팀인 워싱턴 커맨더스는 1933년부터 레드스킨스라는 이름을 사용해왔으나 2022년 시즌부터 커맨더스(사령관들)로 명칭을 바꿨다. 2020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으로 시작된 전국 차원의 인종차별 논쟁으로 수십 년 전부터 미국 원주민 단체들이 요구해온 팀명 변경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페덱스, 나이키, 펩시,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 팀의 스폰서들도 이름을 바꿀 것을 요구하자, 구단주도 이를 받아들였다. 레드스킨스는 ‘붉은 피부’ ‘홍인종’이라는 뜻으로 ‘옐로우’(동양인) ‘블랙’(흑인) 등 특정 인종의 피부색을 강조하는 표현은 인종 차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MLB)팀인 클리블랜드인디언스도 같은 2022년 1915년부터 사용한 이름을 버리고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로 이름을 변경했다. 이 팀은 앞서 2018년엔 붉은 피부를 한 미국 원주민인 ‘와후 추장’ 마스코트 사용을 중단했다. 대표적인 미국 원주민 단체인 미국인디언협회는 스포츠팀의 이름과 마스코트, 상징 등에 미국 원주민을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는 ‘당신의 마스코트가 아니다’(Not your mascot) 운동을 벌여왔다.



2019년 10월24일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워싱턴 레드스킨스와 미네소타 바이킹스의 미식축구 경기 전 경기장 밖에서 원주민 지도자들이 레드스킨스 팀 이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2019년 10월24일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워싱턴 레드스킨스와 미네소타 바이킹스의 미식축구 경기 전 경기장 밖에서 원주민 지도자들이 레드스킨스 팀 이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임기 때인 당시에도 이 팀들의 명칭 변경을 반대했다. 그는 인종차별·성차별 등 모든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혐오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 워싱턴 커맨더스의 새 홈구장 건설에 개입할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다. 필 멘델슨 워싱턴디시(D.C.) 시의회 의장(민주당)은 “사람들은 대체로 ‘커맨더스’라는 이름에 만족하고 있다”며 “시의회가 명칭 변경을 새 구장 계약의 조건으로 삼아야 한다는 제안은 그동안 없었다. 대통령의 제한이란 게 무엇이 될지도 잘 모르겠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상원의회는 로버트 에프 케네디(RFK) 경기장 일대 활성화 법안을 통과시켰고 이어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도 서명했다. 이 법은 76만㎡의 경기장 부지 관리권을 연방정부에서 시로 99년간 무상 이전하는 내용으로, 낙후된 경기장과 그 주변 부지를 새로 개발하려는 워싱턴디시의 숙원사업이었다.



이어 올해 초 워싱턴 커맨더스와 컬럼비아카운티는 이 부지에 새로운 홈구장을 짓는 계약을 발표했다. 워싱턴 커맨더스는 1961년부터 1996년까지 로버트 에프 케네디 경기장을 사용하다, 메릴랜드 노스웨스트 구장으로 홈구장을 옮겼다. 구단은 2030년 새 경기장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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