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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 짐승이야”… 세계가 중독된 고자극 K웹툰

조선일보 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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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 짐승이야”… 세계가 중독된 고자극 K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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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영미권·프랑스까지 사로잡아
연하남·헌신남 등 ‘남캐’… 인기 비결
해외에서도 인기를 끄는 '고자극로맨스' 웹툰 '시든꽃에 눈물을'/네이버웹툰

해외에서도 인기를 끄는 '고자극로맨스' 웹툰 '시든꽃에 눈물을'/네이버웹툰


빚을 잔뜩 떠안긴 남편이 눈앞에서 불륜을 저질렀다. 그것도 한참 어린 직장 동료와…. 무너질 듯한 삶에 불쑥 들어온 연하의 남자. 그가 싫지만은 않다. “어른의 사랑을 가르쳐주세요.”(네이버웹툰 ‘시든 꽃에 눈물을’)

높은 수위의 애정 묘사로 ‘고자극 로맨스’로 불리는 한국 웹툰이 해외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소재나 설정, 연출 방식 등에서 수위가 높은 이 장르는 청소년 취향 하이틴 로맨스의 성인 버전에 해당한다. 한국 여성들을 매료시켰던 ‘폭스남’(여우 같은 남자), ‘헌신남’(헌신적인 남자) 등 남성 캐릭터(이하 ‘남캐’)에 해외 독자들이 빠져들고 있다.

해외에서도 인기를 끄는 '고자극로맨스' 웹툰 '시든꽃에 눈물을'/네이버웹툰

해외에서도 인기를 끄는 '고자극로맨스' 웹툰 '시든꽃에 눈물을'/네이버웹툰


20일 한국 네이버웹툰 전체 2위인 ‘시든 꽃에 눈물을’(시든 꽃)은 중국어 네이버웹툰서 1위, 일본에선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캐나다 등 영미권 중심 플랫폼 ‘WEBTOON’ 4위다. ‘마블코믹스’ 같은 액션·히어로물이나 현지 작품이 인기를 끄는 영미권 플랫폼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날 실실 웃게 만들어”(this got me cheesing overly bad), “내 남자 완전 짐승이야”(my boy here is a certified DOG) 같은 원어 댓글 반응이 이를 보여준다. “도파민 팡팡 터진다”는 한국 독자 반응을 떠올리게 하는 반응. 이 작품은 프랑스 WEBTOON의 토요 웹툰에서도 2위에 올랐고, 동남아 지역에서는 오피스를 배경으로 하는 ‘이섭의 연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CJ E&M

일본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CJ E&M


일본 ‘라인 망가’ 로맨스 부문에선 웹툰 ‘내 남편과 결혼해줘’(내남결)가 1위 ‘시든 꽃’의 뒤를 이어 2위에 올랐다. 병원에서 시한부 인생 진단을 받은 여주인공이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한 뒤 그들 손에 죽음을 맞는다. 이 기억을 품은 채 10년 전으로 회귀, 헌신적인 ‘해바라기남’ 주인공과 손잡고 복수에 나서는 스토리. 지난해 한국서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일본판 드라마로도 리메이크됐는데, 일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선 일본판 ‘내남결’이 전체 1위, 한국판 ‘내남결’이 2위로 3주째 나란히 최상위를 석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웹툰이 탄생시킨 다양한 ‘남캐’를 인기의 비결로 꼽았다. 치명적인 연하남, 헌신적인 연상남, 사연 있어 보이는 남자 등이 그려내는 자극적 흐름에 빠진다는 것. 짧은 호흡으로 소비되는 웹툰의 특성상 매 화 수위 높은 장면을 조금씩 넣는 것도 이미 검증된 방법이다.

장민지 경남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최근 ‘K팝 데몬헌터스’처럼 글로벌 독자들은 K콘텐츠 하면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받아들인다”며 “마초 캐릭터 일색인 해외 웹툰에선 볼 수 없던 ‘K남캐’가 매우 적극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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