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명단 은폐 의혹에 음모론 재점화
정적 변신 머스크는 SNS로 연일 공세
편승 보도한 우군 폭스뉴스 머독 제소
죽은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성 접대 고객 리스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법무부 수하에 의한 은폐 의혹이 엡스타인 타살 음모론을 재점화하면서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불리는 지지 기반이 동요할 조짐을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도 정면 돌파를 위한 승부수를 던지려는 모습이다.
발단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이었다. 머스크는 지난해 막대한 자금 지원으로 트럼프 대통령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 노릇을 한 뒤 핵심 측근으로 부상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입법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감세 법안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며 관계가 틀어진 인물이다. 유명 인사인 그가 홧김에 엑스(X)에 올린, 엡스타인 성 추문 사건에 트럼프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취지의 글이 대중의 관심을 다시 자극했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이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발표했고, 가뜩이나 인화성이 강한 음모론에 다시 불이 확 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팸 본디 법무장관이 2월 엡스타인 리스트를 “지금 내 책상에 앉아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 게 결과적으로 화근이었다.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체포돼 2019년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정·관·재계 인사들과 폭넓게 교제했던 엡스타인이 고객 명단을 작성해 갖고 있었다거나 그의 사인이 타살이었다는 소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인 마가 내에서도 폭넓게 받아들여지던 음모론이었다. 그런데 법무부 입장이 갑자기 변하자 이들도 술렁였다.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라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정적 변신 머스크는 SNS로 연일 공세
편승 보도한 우군 폭스뉴스 머독 제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련한 모든 파일을 공개할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18일 미 워싱턴 백악관 맞은편 미 상공회의소 건물에 투사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
죽은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성 접대 고객 리스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법무부 수하에 의한 은폐 의혹이 엡스타인 타살 음모론을 재점화하면서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불리는 지지 기반이 동요할 조짐을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도 정면 돌파를 위한 승부수를 던지려는 모습이다.
분열하는 ‘마가’
발단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이었다. 머스크는 지난해 막대한 자금 지원으로 트럼프 대통령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 노릇을 한 뒤 핵심 측근으로 부상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입법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감세 법안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며 관계가 틀어진 인물이다. 유명 인사인 그가 홧김에 엑스(X)에 올린, 엡스타인 성 추문 사건에 트럼프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취지의 글이 대중의 관심을 다시 자극했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이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발표했고, 가뜩이나 인화성이 강한 음모론에 다시 불이 확 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팸 본디 법무장관이 2월 엡스타인 리스트를 “지금 내 책상에 앉아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 게 결과적으로 화근이었다.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체포돼 2019년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정·관·재계 인사들과 폭넓게 교제했던 엡스타인이 고객 명단을 작성해 갖고 있었다거나 그의 사인이 타살이었다는 소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인 마가 내에서도 폭넓게 받아들여지던 음모론이었다. 그런데 법무부 입장이 갑자기 변하자 이들도 술렁였다.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라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으로 변신한 머스크는 이에 편승한 공격을 재개했다. 16일부터 연일 X에 직접 쓰거나 재공유한 글 30여 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가 엡스타인 리스트 관련 의혹에 대응한 방식을 비판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해 마가 진영의 분열을 부추긴 것이다.
폭스와 갈라서나
머스크만이 아니다. 제도권 언론도 ‘트럼프 때리기’에 가세했다. 17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03년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외설적인 그림을 그려 넣은 편지를 엡스타인에게 보냈다고 보도했다. 또 19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자선 활동을 위해 그림을 직접 그려 경매에 부친 이력이 드러났다며 자신은 평생 그림을 그린 적이 없다는 WSJ 보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반박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트럼프 대통령도 위기 탈출을 위해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는 기색이다. 18일 WSJ의 모기업인 뉴스코퍼레이션 창립자 루퍼트 머독 등을 상대로 100억 달러(약 14조 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머독은 친(親)트럼프 성향 보수 방송 매체인 폭스뉴스의 대주주다.
또 법무부를 통해 엡스타인 기소 과정에서 나온 대배심원 증언을 공개해 달라고 사법부에 요청했다는 사실을 19일 SNS 트루스소셜에 밝혔다. 머독과의 명예훼손 소송, 엡스타인의 대배심원 증언 공개 등에서 자신에게 타격이 되는 내용이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감내한 셈이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