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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립박수 커튼콜 6번… ‘완성형 무용수’ 뜨거운 데뷔

조선일보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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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립박수 커튼콜 6번… ‘완성형 무용수’ 뜨거운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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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김선희 한예종 명예교수가 전한 발레리노 전민철 마린스키 첫 공연
17일 클래식 발레 '라 바야데르'의 주역 '솔로르'로 '마린스키 발레' 입단 뒤 첫 전막 데뷔 무대를 가진 발레리노 전민철(왼쪽)과 상대역 '니키아'를 맡은 수석 무용수 나데즈다 바토에바. /사진가 미하일 비추쿠크, 마린스키극장

17일 클래식 발레 '라 바야데르'의 주역 '솔로르'로 '마린스키 발레' 입단 뒤 첫 전막 데뷔 무대를 가진 발레리노 전민철(왼쪽)과 상대역 '니키아'를 맡은 수석 무용수 나데즈다 바토에바. /사진가 미하일 비추쿠크, 마린스키극장


경험 많은 남자 무용수도 가장 어려워하는 ‘라 바야데르’ 3막의 연속 ‘뚜르 앙레르(Tour en l’air·공중 회전)’ 장면. ‘솔로르’ 전민철(21)의 완벽한 춤이 마린스키 극장의 눈 높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날 가장 큰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막을 내려도 박수는 멈추지 않았다. 이날 기립 박수 커튼콜은 여섯 차례 이어졌다.

17일 오후 10시(현지 시각)를 훌쩍 넘긴 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한국 발레리노 전민철은 세계 최고 발레단 ‘마린스키 발레’에 입단하자마자 이날 클래식 발레 걸작 ‘라 바야데르’의 주역을 맡았다. 현지 첫 전막 발레 데뷔다.

17일 클래식 발레 '라 바야데르'의 주역 '솔로르'로 '마린스키 발레' 입단 뒤 첫 전막 데뷔 무대를 가진 발레리노 전민철(왼쪽)이 전날 상대역 수석 무용수 나데즈다 바토에바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가 미하일 비추쿠크, 마린스키극장

17일 클래식 발레 '라 바야데르'의 주역 '솔로르'로 '마린스키 발레' 입단 뒤 첫 전막 데뷔 무대를 가진 발레리노 전민철(왼쪽)이 전날 상대역 수석 무용수 나데즈다 바토에바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가 미하일 비추쿠크, 마린스키극장


현장에서 공연을 지켜본 김선희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명예교수는 본지에 “관객의 함성과 환호가 정말 뜨거웠다”며 “안드리안 파테예프 현 마린스키 예술감독과 유리 파데에프 전 예술감독 등 관계자들이 공연 후 백스테이지에서 정말 오랫동안 민철이를 칭찬했다. 덩달아 저도 잘 가르쳐 보내줬다는 찬사와 감사를 여러 사람에게 받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한예종에서 지금 세계 최고 발레단에서 활약하는 우리 무용수들을 길러낸 스승이다. 제자들은 그를 “엄마”라고 부른다. 마린스키 발레 마스터들은 “한국에서 배워 온 것에 뭘 더해 새로 가르칠 필요 없이 바로 무대에 세운 거나 다름없다”고 입을 모았다.

17일 전민철 발레리노의 '라 바야데르' 공연 뒤 관객들은 여섯 차례 기립박수 커튼콜을 보냈다. /김선희 한예종 명예교수

17일 전민철 발레리노의 '라 바야데르' 공연 뒤 관객들은 여섯 차례 기립박수 커튼콜을 보냈다. /김선희 한예종 명예교수


‘라 바야데르’는 고대 인도 왕국 힌두 사원의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와 전사 ‘솔로르’, 공주 ‘감자티’의 애증이 뒤얽히는 이야기. 김 교수는 “1막 첫 등장부터 민철이의 에너지가 엄청났다. 젊고 열정 넘치는 무사 ‘솔로르’가 되어 무대에 올랐는데, 그 힘과 날렵함이 데뷔 무대라 하기엔 믿기 어려울 만큼 자신감 넘쳤다”고 했다.

전민철의 파트너로 ‘니키아’를 연기한 나데즈다 바토에바는 지금 마린스키에서 가장 각광받는 발레리나 중 한 명. 김 교수는 “1막 도입부 힌두 사원에서 니키아와 만나 사원의 불 앞에서 사랑을 맹세하는 2인무, 3막 도입부 솔로르가 ‘망령들의 왕국(The Kingdom of Shades)’에서 니키아를 만나 추는 2인무 모두 환상적이었다”며 “마치 바토에바와 파트너로 오래 호흡을 맞춰온 듯 부드러웠고 생동감 넘쳤다”고 했다.

17일(현지시각) '마린스키 발레'의 '라 바야데르' 공연에서 힌두 사원의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로 '솔로르' 전민철과 호흡을 맞춘 수석 무용수 나데즈다 바토에바(맨 왼쪽). 이전 공연 모습. /마린스키 발레

17일(현지시각) '마린스키 발레'의 '라 바야데르' 공연에서 힌두 사원의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로 '솔로르' 전민철과 호흡을 맞춘 수석 무용수 나데즈다 바토에바(맨 왼쪽). 이전 공연 모습. /마린스키 발레


그는 특히 “민철이 지난해 국내에서 유니버설 발레단과 함께 한 ‘라 바야데르’ 데뷔 때보다 ‘솔로르’를 훨씬 더 강인한 남성적 매력의 무사로 잘 표현했고, 감정선과 인물 묘사도 극적 배경에 걸맞게 잘 살려냈다”고 칭찬했다.


마린스키는 아직 비자 발급 절차도 끝나지 않은 전민철에게 공식 게스트 아티스트 자격을 줘 ‘라 바야데르’의 주역을 맡겼다. 비자 절차가 끝나는 대로 정식 솔리스트(Soloist)로 등록할 예정이다. 콧대 높은 마린스키가 ‘군무(群舞)’도 거치지 않은 한국 출신 신인에게 바로 솔리스트 자리를 주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고 놀라운 일이다.

클레식 발레 걸작 '라 바야데르'로 전막 주역 데뷔를 앞두고 '마린스키 발레' 연습실에서 마지막 점검 중인 발레리노 전민철. /사진가 미하일 빌추쿠크, 마린스키 발레

클레식 발레 걸작 '라 바야데르'로 전막 주역 데뷔를 앞두고 '마린스키 발레' 연습실에서 마지막 점검 중인 발레리노 전민철. /사진가 미하일 빌추쿠크, 마린스키 발레


전씨는 “춤을 넘어 무대 위에 살아 숨 쉬는 인물로 ‘솔로르’를 표현하고 싶었다. 전사로서의 강인함과 인간적 감정을 함께 담는 데 집중했고, 그 안에서 저만의 깊이를 찾고자 했다”며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 예술가로서의 태도를 고민했고, 앞으로 제가 춤을 대하는 태도가 변치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오늘의 ‘솔로르’는 그 고민의 결과이고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했다.

다음은 전민철씨가 마린스키 발레 데뷔 무대를 앞두고 본지에 보내온 소감 전문.


“이번 라 바야데르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솔로르라는 주인공이 가진 배경과 감정을 어떻게 나 답고 진정성 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단순히 동작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서 무대 위에서 살아 있는 인물로 표현해서 객석에 보이고싶은 생각이 컸습니다 전사로서의 강인함과 인간적인 감정을 함께 담아내는 데 집중했고, 그 안에서 저만의 깊이를 찾아가고자 했습니다.

사실 지난해 한국 유니버설발레단에서 같은 역할을 맡았던 경험은 저에게 너무나 값진 경험이였습니다. 그 무대를 통해 솔로르를 해석할 수 있었고 이번 무대에서는 그 경험을 디딤돌 삼아 더 넓은 시야와 깊은 해석으로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도전도 있었습니다. 이미 경험 해보았던 작품인지라 몸에 익숙해진 움직임과 감정선이 무의식적으로 반복되기도 했고, 그것을 의식적으로 넘어서기 위한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더 발전된 모습을 만들기 위해서는 저 자신과 계속해서 마주하며 수정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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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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