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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록적 폭우 피해도 막은 ‘4대강’, 폐기는 재앙 부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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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록적 폭우 피해도 막은 ‘4대강’, 폐기는 재앙 부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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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폭우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지만 준설과 제방 보강이 이뤄진 4대강 본류 주변은 피해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반면 4대강 사업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으로 아직 정비가 안 된 지류·지천은 범람이 발생했거나 범람 우려가 큰 상황이다. 금강 지천인 당진천·도당천 등은 범람했고, 낙동강 지천인 경산 오목천엔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4대강 사업의 홍수 방지 효과가 다시 확인된 것이다. 지난해부터 하천 준설 등 재해 예방 공사를 한 대전시도 이번에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4대강 재자연화 강력 추진’을 대선 공약으로 발표했다. ‘재자연화’란 한마디로 4대강 시설을 사실상 없애거나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말도 되지 않는 일이란 사실을 새 정부가 잘 알 것이다. 대선 공약은 금강·영산강 보(洑)를 해체하고, 낙동강 등 4대강 보를 전면 개방하겠다고 했다. 강바닥 준설과 제방 정비, 보 건설로 홍수에 대비하고, 막대한 수자원을 확보해 가뭄에 대비하는 4대강 사업을 사실상 폐기하겠다는 것인데 나라를 재난 무방비로 만드는 그런 황당한 사태는 벌어질 수도 없고 벌어져서도 안 된다.

우리나라는 비가 한꺼번에 많이 오고 가뭄도 잦다. 최근엔 100년에 한 번 정도 찾아왔던 ‘시간당 100㎜ 이상’의 극한 호우가 매년 이어지는 상황이다. 기후변화로 앞으로 어떤 극한 호우와 가뭄이 닥칠지 모른다. 나라 곳곳에 물을 담을 수 있는 ‘물그릇’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 모른다.

우리는 2002년 태풍 루사로 213명이 희생되고 5조여 원의 경제적 피해를 입었지만 4대강 사업 이후엔 그 같은 대형 홍수 피해를 겪지 않고 있다. 국토의 25%가 해수면보다 낮아 잦은 홍수 피해를 겪던 네덜란드도 우리의 4대강 사업과 비슷한 시기에 강바닥 준설, 제방 보강 등의 사업을 벌여 2021년 서유럽 폭우 때 인명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전국적인 폭우와 관련해 “국가의 제1의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고 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그러면서 4대강 재자연화를 추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면 큰 재앙을 부를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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