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 17일 열린 반정부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제프리 엡스타인(엡스틴) 파일 공개를 거부한 팸 본디 법무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프리 엡스틴의 50살 생일 때 축하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을 고소하겠다며 엡스틴 수사 관련 자료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이런 조처로 이른바 ‘엡스틴 파일’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팸 본디 법무장관에게 엡스틴에 대한 수사에서 나온 여러 문서를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지난 2003년 엡스틴의 50살 생일 때 외설적인 축하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과 이 신문을 소유한 루퍼트 머독을 고소하겠다고 밝힌 뒤 이렇게 밝혔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제프리 엡스틴에 대한 우스꽝스러운 관심 때문에, 나는 팸 본디 법무장관에게 법원의 허가를 얻어서 모든 관련된 대배심 증언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그렇게 하는 것이 엡스틴 파일을 공개하겠다던 약속을 뒤집은 것에 대한 논란을 종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민주당에 의해 계속되는 이 사기는 당장 끝장나야 한다”고 적었다.
트럼프가 소셜미디어에 이런 뜻을 밝힌 직후 팸 본디 법무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에 “트럼프 대통령님, 우리는 내일 법원이 대배심 증언록을 해제하도록 준비됐다”고 밝혔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엡스틴에게 보낸 트럼프의 생일 축하 편지를 공개해, 트럼프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신문은 트럼프는 지난 2003년 엡스틴의 50살 생일 때 나체의 여성 그림을 배경으로 한 축하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이 편지의 말미에 “생일 축하해, 그리고 매일이 또 다른 놀라운 비밀이 되기를”이라고 적었다. 트럼프의 편지는 굵은 펜으로 직접 손으로 그린 것으로 나체 여성을 배경으로 하여 타이핑된 몇 줄의 문답식 문장으로 되어 있다. 여성의 가슴은 작은 곡선 두 개로 그려졌고, 여성의 허리 아래에 ‘도널드’라는 서명이 휘갈겨 쓰여 있다.
편지는 트럼프와 엡스틴이 “모든 것을 가진 삶 말고도 더 많은 것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등의 은밀한 것을 추구하는 가상 대화를 담고 있다.
트럼프는 이 편지에 대해 “내가 아니다”며 “이는 가짜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가짜 이야기”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내 인생에서 그림을 그린 적이 없고, 여성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며 “그건 나의 언어가 아니고, 내 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내가 다른 모든 이들을 고소한 것처럼 월스트리트저널을 고소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엡스틴 파일 공개 논란에 침묵을 지키던 제이디 밴스 부통령은 이날 엑스에 이 보도가 “완전히 쓰레기”라고 비난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을 부끄러워 해야 한다”며 “이런 편지가 어디에 있냐? 그것을 보도하기 전에 우리한테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그게 도널드 트럼프라고 누가 믿나?”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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