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오페라 공연 볼 때 반바지·샌들 금지!

조선일보 김성현 기자
원문보기

오페라 공연 볼 때 반바지·샌들 금지!

서울흐림 / 19.2 °
伊 라 스칼라, 관객 복장 규정 명시
원래 불문율… 안 지키자 안내문도
“오페라 극장에서 민소매 셔츠와 반바지, 샌들이나 슬리퍼 차림은 안 돼요!”

오페라 극장에 들어갈 때 관객들이 지켜야 하는 별도의 복장 규정(드레스 코드)이 있을까. 지휘자 정명훈이 내년 음악 감독으로 부임하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 오페라 극장에서 최근 관객 복장 규정을 강화했다. 240여 년 역사의 라 스칼라는 베르디·푸치니의 걸작을 두루 초연한 ‘이탈리아 오페라의 종갓집’이다.

라 스칼라 오페라 극장 /라 스칼라 페이스북

라 스칼라 오페라 극장 /라 스칼라 페이스북


이 극장은 최근 “올여름부터 극장의 격식을 지키기 위해 노출이 심한 차림의 관객은 입장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며 티켓 환불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라 스칼라는 극장 입구에도 이런 내용의 안내문을 설치하고 티켓에도 표기할 예정이다. 외신들은 민소매 셔츠와 반바지, 샌들이나 슬리퍼 등을 금지 대상으로 꼽았다.

오페라 전문지인 오페라 와이어는 지난해 라 스칼라 극장장에 취임한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65)가 이번 조치를 주도했다고 전했다. 오르톰비나 극장장은 지난 5월 정명훈을 새 음악 감독으로 직접 추천한 인물이기도 하다.

과거에 라 스칼라 같은 오페라 극장에 들어갈 때 남성은 정장과 타이, 여성의 경우 드레스를 입는 것이 불문율로 통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들면서 온라인과 대중문화의 확산, 젊은 관객층의 유입 등으로 복장 규정이 완화된 것이 사실이다. 음악 칼럼니스트 유정우씨는 “남녀 의상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정장 차림에도 운동화를 신는 패션 융합의 시대가 되면서 유럽 오페라 극장과 페스티벌에서도 관객 복장이 간소해지고 자율적으로 변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종갓집에 해당하는 라 스칼라가 복장 규정 강화를 들고나온 것이다.

현재 세계 유명 오페라 극장의 온라인 홈페이지에도 관객 복장을 강제하는 명문화된 규정은 없다. “다른 관객과도 긴밀하게 접촉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민소매와 반바지처럼 노출이 심할 경우 입장이 거부될 수 있다”(오스트리아 빈 슈타츠오퍼)는 정도다.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도 “청바지와 정장, 운동화와 하이힐 등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신발을 신을지는 전적으로 관객에게 달려 있다. 다만 지나치게 노출이 심하지 않은 의상을 권한다”고 점잖게 안내할 뿐이다. 쉽게 말해 운동화나 청바지 같은 간편한 캐주얼은 상관없지만, 자칫 반바지와 민소매 차림일 경우 입장을 제지당하고 환불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김성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