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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 '전독시'로 대세 된 안효섭 "JYP 연습생 그만둔 결정, 후회한 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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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 '전독시'로 대세 된 안효섭 "JYP 연습생 그만둔 결정, 후회한 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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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전지적 독자 시점' 출연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주인공 김독자를 연기한 배우 안효섭. 더프레젠트컴퍼니 제공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주인공 김독자를 연기한 배우 안효섭. 더프레젠트컴퍼니 제공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 임했던 작품인데 이렇게 잘될 줄 몰랐어요. 지금은 그냥 감사한 마음뿐이고 덕분에 좋은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안효섭은 ‘대세 배우’로 떠오른 소감을 차분하고 담담하게 말했다.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작품에 임하는 과정에 더 의미를 둘 뿐 결과를 자축하며 즐거워하는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5년 데뷔한 안효섭은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저승사자 보이그룹 사자보이스의 리더 지누의 목소리를 연기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오는 23일부터는 제작비 300억 원의 대작 ‘전지적 독자 시점’의 주인공으로 관객과 만난다. 올여름 극장가의 최고 화제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그가 데뷔 후 처음 출연하는 영화다. 평범한 계약직 회사원인 주인공 김독자가 자신이 유일한 독자인 웹소설의 플롯대로 세상이 멸망하려 하자, 소설 속 인물들과 세상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이야기다. 안효섭이 극의 중심축인 김독자를 연기했고, 소설 속 주인공 유중혁 역은 이민호가 맡았다. 채수빈과 신승호, 나나, 블랙핑크 지수 등이 김독자와 함께 싸우는 동료로 등장한다. ‘더테러라이브’ ‘PMC: 더 벙커’의 김병우 감독이 연출했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안효섭은 “신선한 소재에 끌렸다”고 했다. 김 감독과 처음 만나 들었던 이야기도 ‘평범해서 캐스팅했다’는 말이었다. “대본을 처음 볼 때 이걸 어떻게 찍을까 궁금했고, 기대가 됐어요. 김독자가 마음에 들었던 건 평범함이었어요. 제가 이전에 연기했던 캐릭터는 대단하거나 반대로 못난 인물들이었는데, 독자에겐 그런 극단이 없었어요. 지극히 보편적인 평범함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하고 도전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어룡, 화룡, 악당 등과 끊임없이 싸우는 김독자를 연기하기 위해 그는 계속 뛰고 또 뛰어야 했다. 때로는 아이를 안고 뛰었고, 와이어에 매달린 채 눈 앞의 괴수를 상상하며 허공에 대고 칼을 휘둘렀다. “촬영을 마치니 체중이 6, 7㎏이 줄었더라고요.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멸망하는 세계를 구한다는 생각을 계속 하면서 촬영하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영화 현장은 제게 잘 맞았어었요. 매 장면을 세심하게 공들여 찍고,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종일 고민하고 피땀 흘리잖아요. ‘이런 세계가 있구나’ ‘배우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주인공 김독자를 연기한 배우 안효섭. 더프레젠트컴퍼니 제공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주인공 김독자를 연기한 배우 안효섭. 더프레젠트컴퍼니 제공


안효섭은 K팝 시스템이 발굴한 인재다. 서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캐나다로 이주한 그는, 주위의 추천으로 JYP엔터테인먼트에 발탁돼 연습생으로 지내다 연기자 길로 들어섰다. 데뷔 초 같은 소속사 배우들로 구성된 그룹 ‘원오원’의 멤버로 잠시 활동하기도 했지만 줄곧 연기에만 집중했다. 그는 “음악은 취미로 남겨두길 잘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며 “K팝 가수가 되지 않은 것을 한번도 후회한 적 없다”고 했다.

‘퐁당퐁당 LOVE’로 시작해 조금씩 인지도와 연기력을 쌓아간 그는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낭만닥터 김사부 2’ ‘홍천기’ ‘사내맞선’ 등의 작품에서 주연급 배우로 두각을 나타냈다.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땐 뭐가 맞는지도 몰랐고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싶은 회의감도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 ‘낭만닥터 김사부 2’를 찍으며 연기를 즐기기 시작했고, 배우로서 작품과 현장을 보는 시야도 넓어졌어요. 아직도 ‘김사부’ 한석규 선배가 제게 해주신 말씀이 기억 나요. ‘연기, 재밌지? 잘하면 더 재밌어’라고. 그때부터 연기에 대한 열망이 불타올랐죠.”

안효섭의 강점은 비범과 평범 사이에 있다. 188㎝의 큰 키와 눈에 띄는 외모 안에 숨은 평범함은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무기가 된다. “배우로서 제 무기는, 입으로 말하기 좀 부끄럽지만 눈빛이 아닐까 싶어요. 얼굴에서 유일하게 바꿀 수 없는 한 가지죠. 살아온 삶이 눈빛에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정의로워 보일 수 있는 김독자의 모습이 제 안에 없었다면 저만의 김독자는 나올 수 없지 않았을까요.”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