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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10개 만들기’ 지역 균형발전 신호탄 돼야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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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10개 만들기’ 지역 균형발전 신호탄 돼야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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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장은영

그래픽 장은영




이근배 | 전남대 총장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인재양성으로 풀어내려는 움직임이 지금처럼 뚜렷했던 적은 없었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대한민국 고등교육 정책사에서 유례없는 시도이자 수도권 집중화를 바꿔보려는 대전환의 출발점이다. 모두가 주목하는 이유다.



이 정책의 핵심은 서울대 수준의 교육을 지역에서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2023년 기준 대학이 학생 개개인을 위해 투자하는 1인당 교육비는 서울대가 약 6059만원인 반면, 9개 지역 거점 국립대는 평균 2450만원에 불과했다. 서울대의 40% 수준이다. 이 차이는 우리 고등교육 전반에 깔린 구조적 불평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재정지원 격차는 곧 교육과 연구 수준의 차이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지방 인재의 수도권 유출과 지역 산업 경쟁력 약화라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투자가 경제 규모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고등교육에 쓰이는 재정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0.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처럼 국가 차원의 투자가 부족하면 고등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세 중 교육세 일부를 고등교육 전용 예산으로 전환하는 등 재정 구조 개편과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 시급하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지향하는 구조적 효과는 분명하다. 먼저 지역 거점 명문대학 9곳을 육성함으로써, 청년 인재가 굳이 수도권 대학을 고집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입시 과열은 자연스럽게 완화되고, 정주 여건이 갖춰진 지역에는 청년층이 다시 머물기 시작한다. 그들이 성장해 투입되는 곳은, 다름 아닌 지역의 전략산업이다. 결국, 인재와 산업이 함께 순환하는 체계가 마련되고 지방의 경쟁력은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



다만, 정책의 성공은 지역 거점 국립대가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혁신의 중심으로 거듭나는 데 달렸다. 각 대학이 자신만의 강점을 개발하고, 지역 산업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대학들 간에도 단순 경쟁을 넘어 역할 분담과 협력이 필요하다. 고등교육의 변화를 특정 대학 하나만으로 이끌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제 구상과 계획은 충분히 마련되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대학과 지역 사회가 함께 혁신을 이끄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수도권 집중 문제도 완화되고, 국가 경쟁력도 높아지며, 우리나라에 진정한 지역균형 발전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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