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침몰했다. 지난 15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전에서 일본에 0-1로 패해 우승컵을 숙적에게 넘겨줬다.
치명적인 패배였다. 안방에서 일본의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봐야 하는 것은 물론 더욱 상대쪽으로 기울어지는 천적 행보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 패배로 한국은 최근 일본에 A매치 3연패를 당했다.
한국 축구가 일본에 3경기 연속해서 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광복 이후 82번째 한일전에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치욕의 역사가 쓰여졌다. 한국은 지난 2021년 요코하마에서 펼친 친선경기에서 일본에 0-3으로 졌고, 2022년 나고야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도 똑같은 스코어로 패했다. 그리고 이날 홍명보호마저 고개를 숙여 한일전 열세를 재확인했다.
대표팀은 전반 6분 나상호(마치다 젤비아)의 오른발 슈팅이 골대를 때리면서 불운을 감지했다. 결국 2분 뒤 일본의 공격을 막지 못하면서 저메인 료(산프레체 히로시마)에게 결승골을 내줬다.
힘과 높이로 일본을 상대하는 건 전통적인 한일전의 승리 공식이었다. 조금은 선이 굵은 축구일지 몰라도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역대 한일전마다 조금은 거칠게 일본을 다루면서 허점을 만들어왔다.
그런데 이날은 달랐다. 전반 최전방을 지켰던 주민규는 일본 센터백을 압도하지 못했다. 후반에 들어간 이호재와 오세훈을 두고도 롱볼의 정확도가 부정확해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물론 공격수들의 잘못은 아니다. 상대 압박에 최후방과 최전방 거리가 멀어졌다. 그 사이를 서민우(강원FC)와 김진규(전북현대) 등이 홀로 다니면서 패스를 뿌려야 했으니 자연스럽게 긴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예전의 일본이라면 세컨드볼을 노려볼 만도 했는데, 이번에는 효과가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일본 언론 '스포츠 호치'는 "모리야스 제팬의 파이브백이 충격적"이라며 "이들의 평균 신장은 무려 187.4cm에 달했다. 자연스럽게 한국의 파워 플레이를 무력화했다"고 환호했다.
한국 공격수들과 신체 싸움을 펼친 3명의 센터백 역시 기골이 장대했다. 우에다가 186cm, 아라키 하야토(산프레체 히로시마) 186cm, 안도 토모야(아비스파 후쿠오카)는 190cm를 자랑했다. 이호재와 오세훈 모두 190cm 이상의 신장을 자랑했지만, 산성들이 다수 달려드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에 대해 스포츠 호치는 "일본은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 벨기에의 마루앙 펠라이니(194cm)에게 헤더골을 내주는 등 높이 떄문에 세계 무대에서 무릎을 꿇은 역사가 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신장과 제공권에 강점을 보이는 5명을 최종 라인에 활용하는 성과를 얻었다. 내년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이어질 성공적인 경험"이라고 기뻐했다.
이를 포함해 홍명보 감독은 "전체적으로 우리가 더 잘했다고 본다. 볼 점유율과 슈팅수에서 우리가 모두 앞섰다. 실점 장면 외에 일본은 우리 수비수들을 괴롭히지 못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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