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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다양하게 즐기며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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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다양하게 즐기며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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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별로 없다. 다양하게 즐기며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이 속에서만 살았다.” 신구 원로배우가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생을 돌아보며 꺼낸 이 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실제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가장 후회되는 일 중 하나가 ‘취미를 제대로 만들지 못한 것’이다. 그만큼 인생 후반기에 취미가 필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나라 노년층 삶의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통계청의 2024년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노인 삶의 만족도는 29.9%에 불과하고, 특히 여가활동 만족도는 더 낮아 16.6%에 그쳤다.

일반적으로 삶의 만족도는 중년기에 가장 낮고 노년기에 다시 높아지는 U자 곡선을 그리는 경향인데, 우리나라 노년층 삶의 만족도는 오히려 더 낮다고 하니 씁쓸하다.

학문적으로 ‘성공적인 노화’는 단순히 질병이 없고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것을 넘어 심리적 만족감, 사회적 교류, 그리고 삶의 의미가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말한다. 사회정서선택이론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의미 있는 관계나 활동에 집중함으로써 정서적 만족을 극대화한다. ‘성공적인 노화’를 위해 가족,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뿐 아니라 나만의 활동이 중요한 이유다.

취미활동이 건강과 연관된다는 연구는 많다. 2003년 미국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 연구팀의 연구에서는 여가활동을 하는 노인의 치매 발병 위험이 낮음을 밝혔다. 2022년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팀은 취미활동이 노인들의 우울 증상을 감소시키고, 행복감을 증진하며, 삶의 만족도를 향상시킨다고 밝혔다. 또한 2022년 미국 국립건강원의 엘리너 와츠 박사 연구팀은 여가시간에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 다양한 신체활동을 하는 노인의 사망 위험이 낮다고 밝혔다.

취미는 삶의 활력이 된다. ‘한국의 모지스 할머니’로 불리는 김두엽 화가는 83세에 그림을 시작해 95세에도 전시회를 열며 그림을 그려 행복하다고 한다. 칠곡군의 평균 85세 할머니 래퍼 그룹 ‘수니와 칠공주’ 멤버들도 활력 넘치는 일상을 노래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취미를 통해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 들어 취미를 갖기는 쉽지 않다. 등산을 좋아했던 주변 어르신은 무릎이 나빠져 더 이상 산을 오르지 못한다며 아쉬워했고, 또 다른 어르신은 좋아하던 골프를 경제적 부담 때문에 많이 줄였다고 했다. 사교댄스를 배우고 싶어 했던 이는 가족들로부터 “나이 들어서 무슨 춤이냐”는 말을 듣고 도전조차 못했다고 했다. 이처럼 건강 문제, 경제적 이유,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마음껏 취미를 즐기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젊어서는 ‘바빠서’, 노년에는 ‘이 나이에’라는 핑계로 스스로 취미를 외면하곤 한다.

지금이라도 취미를 찾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답답할 때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취미를 갖는 데 큰 비용이나 준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작은 화분이나 물고기를 키우거나 집 근처 산책로를 걸어보는 것도 좋은 시작이다. 건강이 걱정된다면 무리하지 않고 몸 상태에 맞는 활동부터 시도해보고,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면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취미부터 시작해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면 혼자만의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활동부터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무엇보다 이런저런 핑계는 내려놓는 것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늦었다는 생각을 버리고 일상에서 한 걸음을 내딛는 용기다.

“좀 더 다양하게 즐기며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배우 신구의 말처럼 후회가 남지 않도록, 지금 바로 작은 취미라도 시작해보면 어떨까. 김두엽 화가나 ‘수니와 칠공주’ 래퍼 그룹처럼 언제 시작해도 늦지 않다. 지금이 바로 가장 좋은 때일 수 있다.


김기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김기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김기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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