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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5만원 재킷 생산단가는 13만원"... 루이뷔통 노동착취, 伊 법원서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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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5만원 재킷 생산단가는 13만원"... 루이뷔통 노동착취, 伊 법원서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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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MH그룹 캐시미어 브랜드 로로파아나
재하청 묵인, 저임금에 불법 체류자 부려
"관리·감독 고의로 실패... 사법관리 1년"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 위치한 루이뷔통그룹 산하 브랜드 로로피아나 매장. 로이터 연합뉴스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 위치한 루이뷔통그룹 산하 브랜드 로로피아나 매장. 로이터 연합뉴스


루이뷔통과 디올 등 고가 브랜드를 운영하는 세계 최대 명품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저임금·노동 착취 관행에 이탈리아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밀라노 법원은 이날 LVMH의 이탈리아 캐시미어 브랜드 '로로피아나'의 저임금·노동착취를 문제 삼으며 이 회사를 1년간 '사법관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로로피아나는 법원이 지정한 감독자 등의 관리 아래 불법 행위 방지 및 시스템 개선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로로피아나의 다단계 하청 노동 착취는 지난 5월 밀라노 노동보호국이 이 기업의 공장주를 노동 착취 혐의로 체포한 뒤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조사 과정에서 로로피아나는 중국 에버그린 패션그룹에 1차 하청을 맡겼는데, 해당 업체가 또다시 밀라노 인근 중국 제조업체에 하청을 맡긴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실제 의류 제조는 '중국인이 소유한 밀라노 인근의 한 공장'에서 이뤄진 셈이었다. 문제는 이 공장이 불법 체류 중인 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을 고용해 야간·공휴일까지 포함해 가며 주 7일, 최대 90시간 노동을 시켰다는 점이다. 노동자들은 공장 내에 불법 설치된 방에서 쪽잠을 자며 일했지만, 시급은 4유로(약 6,440원)에 불과했다.

그 결과, 공장 측에 지급된 생산단가는 캐시미어 재킷 한 벌당 80유로(약 13만 원)인 반면 소비자 판매가격은 3,000유로(약 484만 원)에 달하게 됐다. 생산단가가 실제 판매가의 고작 2.6%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심각한 '저임금·노동 착취'가 발생했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법원은 "로로피아나는 제조 능력이 없는 가짜 회사를 통해 생산을 이탈리아 내 중국 공장에 하청했다"며 "더 높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공급 업체 관리·감독에 고의로 실패(culpably failed)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로로피아나는 "공급 업체(1차 하청 기업)가 법적·계약상 의무를 위반해 재하청 업체 존재를 알리지 않았고, 지난 5월 상황을 인지한 즉각 계약 관계를 해지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