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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종이호랑이' 취급한 푸틴 때렸지만... 우크라 지원 얼마나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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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종이호랑이' 취급한 푸틴 때렸지만... 우크라 지원 얼마나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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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50일 내 휴전 진전 없으면
100%의 혹독한 관세 부과할 것"
엄포에도 러시아 증시는 외려 올라
'바이든 전쟁'이라며 거리두기도


2018년 11월 3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단체사진을 촬영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이터 연합뉴스

2018년 11월 3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단체사진을 촬영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의 휴전 합의에 시큰둥한 러시아에 ‘100% 관세 제재카드’로 최후통첩에 나서면서 그 진정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우호를 과시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 한 번도 ‘불법’이라고 규정한 적 없는 그의 과거 행보와 180도 달라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여전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전임자인 ‘바이든의 전쟁’으로 규정하는 등 거리를 유지하면서 이 같은 태세전환도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푸틴 대통령의 비협조로 “취임 후 24시간 내에 전쟁을 종결하겠다”던 자신의 공약이 ‘종이호랑이’ 취급을 받자 마지못해 행동에 나선 것에 가깝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우크라이나 전폭 지원에 나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행보가 표면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이 관여한) 전임 행정부의 정책과 유사해 보인다’면서도 ‘이 같은 입장을 언제까지 유지할 지는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담에서 패트리엇 방공체계를 비롯한 미국산 무기의 우크라이나 지원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향후 50일 안에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매우 혹독한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관세율은 100% 정도가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듯한 트럼프의 행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미국에 감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과 4개월여 전 파국으로 끝난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복장을 지적하며 “단 한 번도 미국에 고맙다고 한 적이 없다”고 공개 면박을 줬었다.

"바이든 전쟁이지 트럼프 전쟁 아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우 전쟁은 트럼프의 전쟁이 아니라 바이든, 민주당의 전쟁이라고 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우 전쟁은 트럼프의 전쟁이 아니라 바이든, 민주당의 전쟁이라고 했다. 워싱턴=AP 뉴시스


다만 이 같은 태세전환의 한계도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것은 바이든과 민주당의 전쟁이지 트럼프의 전쟁이 아니다”라며 여전히 거리를 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임인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발발했기에 자신은 언제든지 발을 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실제 트럼프가 지원을 결정한 패트리엇 등의 무기도 나토 예산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NYT는 “트럼프가 이날 러∙우크라이나 휴전협상이 체결되지 않는 한 향후 협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푸틴 대통령에게 속았다는 지적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그는 클린턴, 부시, 오바마, 바이든은 속였지만 나를 속이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영국 BBC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푸틴과 끝난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에게 실망했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트럼프 엄포에도 러시아 증시는 안정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모스크바에서 국가 무장 프로그램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모스크바에서 국가 무장 프로그램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상원에서 초당적으로 추진하는 대러시아 제재 법안에도 긍정적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 지지하진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러시아산 석유, 가스를 구매하는 모든 나라에 500%의 관세를 부과하는 권한을 미 대통령에게 부과하는 내용이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간사인 진 샤힌 민주당 의원은 “트럼프의 행보는 수사적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변화”라면서도 “그것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혹독한 관세’ 엄포에도 러시아 증시는 오히려 2.7% 상승하는 등 안정세를 보였다. 일종의 ‘트럼프 학습효과’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부여한 50일은 변덕이 심한 그가 마음을 바꾸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오히려 러시아가 50일을 벌었다는 해석도 있다. 러시아 애널리스트인 아르티옴 니콜라예프는 “트럼프는 러시아에 협상을 늦출 수 있도록 50일이라는 시간을 줬다”며 “더구나 트럼프는 이런 기한을 연장하길 좋아한다”고 밝혔다.

베를린= 정승임 특파원 chon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