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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100%’ 압박에도···푸틴 “주권국으로 스스로 방어할 수 있어야”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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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100%’ 압박에도···푸틴 “주권국으로 스스로 방어할 수 있어야”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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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 휴전 협상 둘러싸고 흔들리는 브로맨스
푸틴, 비공개 인터뷰서 서방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휴전 협상 지연의 책임을 러시아에 돌리며 ‘관세 폭탄’ 카드를 꺼내 들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브로맨스’라고 불릴 만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대러 기조에 변화를 보이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공격 무기를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동시에, 러시아가 50일 이내에 휴전 또는 종전에 합의하지 않으면 ‘100%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재선 이후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 “고마움도 모르고 계속 군사지원을 요구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 2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러시아 측 인사들과 평화 협상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기류가 바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후 “진전이 없었다”고 했고 7일에는 “푸틴에 만족하지 않는다”, 8일에는 “헛소리만 늘어놓는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14일 대러 제재 방침을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태도는 그간 푸틴 대통령에게 유독 우호적이던 모습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변화를 수용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방어선이 수개월 내 붕괴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사실상 ‘완전한 항복’을 목표로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이날 스푸트니크통신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집권 25주년 다큐멘터리의 미공개 인터뷰 영상에서 “서방과의 갈등은 단순한 이념 차이가 아니라 지정학적 이익의 충돌”이라며 “소련 해체 이후 서방은 러시아의 이익을 외면한 채 자신들이 만든 규칙을 일방적으로 강요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주권국가로서 자신을 방어할 수 있어야 국제사회에서 존중받는다”고 강조했다. 또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청 근무 시절 미국 대표단이 러시아 국경수비대를 모욕해 회담을 거부했던 일화를 언급하며 서방에 대한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도 이날 러시아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러시아 하원인 국가두마의 레오니드 슬루츠키 외교위원장은 이날 스푸트니크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진정 사태 해결을 원한다면 러시아가 아니라 젤렌스키 정권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사 전문가 이고르 코로첸코는 “미국이 패트리엇을 지원하더라도 러시아는 S-400 등 다층 방공망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 전환을 두고는 감정적 반응인지 전략적 판단인지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소극적이던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통해 패트리엇 미사일 제공을 결정하며 일정 부분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것이 푸틴 대통령에 대한 단순한 실망에서 비롯된 일시적 태도인지 아니면 전쟁 자체에 대한 입장 전환인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CNN은 “트럼프의 대러 정책은 겉보기엔 변화가 있지만 핵심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미국이 아닌 타국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 제재에 기한을 두는 방식, 크렘린이 평화를 원한다는 기대감은 여전하다”며 “우크라이나는 일시적으로는 안도할 수 있으나 곧 다시 실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러 압박 방침을 발표한 직후 BBC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에게 실망했지만,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여지를 남겼다. 러시아 대통령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거의 누구도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푸틴 대통령의 본질을 인식한 전략적 전환인지 여전히 ‘거래 가능성’에 머문 감정적 반응인지가 향후 미국 외교 정책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을 가를 변수라고 CNN은 분석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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