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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관세 25%, 협상 양보하지 않은 결과…한일 공동대응 트럼프 더욱 자극할 가능성”

조선일보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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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관세 25%, 협상 양보하지 않은 결과…한일 공동대응 트럼프 더욱 자극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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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교수 인터뷰
니시노 준야 일본 게이오대 교수는 15일 “미국의 대일(對日) 관세 25%는 일본이 협상에 양보하지 않은 결과”라며 “한일 양국이 대미(對美) 관세 협상에 공동 대응하는 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고 했다.

니시노 준야 일본 게이오대 교수가 13일 서울에서 개막한 세계정치학회(IPSA) 총회의 일환으로 통일과나눔,한국정치학회가 공동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니시노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일(對日) 관세 25%는 일본이 협상에 양보하지 않은 결과”라며 “한일 양국이 대미(對美) 관세 협상에 공동 대응하는 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고 했다.   /박성원 기자

니시노 준야 일본 게이오대 교수가 13일 서울에서 개막한 세계정치학회(IPSA) 총회의 일환으로 통일과나눔,한국정치학회가 공동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니시노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일(對日) 관세 25%는 일본이 협상에 양보하지 않은 결과”라며 “한일 양국이 대미(對美) 관세 협상에 공동 대응하는 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고 했다. /박성원 기자


일본 외무성 전문분석원과 주한 일본대사관 전문조사원을 지낸 니시노 교수는 일본 내 대표적인 국제관계 및 한반도 전문가로 꼽힌다. 미국 워싱턴 우드로 윌슨센터와 조지워싱턴대 및 하버드 옌칭연구소에서 방문 연구원을 지냈고 한미 양국을 가장 자주 오고 가는 일본의 대표적인 국제정치학자다.

16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정치학회(IPSA) 총회 참석차 방한한 니시노 교수는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일본은 이번 협상에서 자동차 등 미국에 양보할 수 없는 부문에 대해 양보하지 않았다”며 “(오는 20일)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둔 상황이어서 미국에 양보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일본은 7번이나 협상했는데 관세 25%를 통보받았다.

“양보를 안 한 결과다. 일본이 양보할 수 없는 건 양보를 안 했다. 미국 내 제조업 쇠퇴 상황에서 일본 자동차에 관세를 매겨야 하는데, 예컨대 일본의 핵심 산업인 자동차의 경우 양보를 할 수가 없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쉽게 양보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지금 일본은 선거철이라 더욱 그렇다.”

-한일 양국이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좋은 생각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도 어렵고 함께 대응할 게 거의 없다고 본다. 트럼프를 더욱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협상 상대방들이 함께 행동하는 건 정말 싫어할 것이고 화를 낼 게 뻔하다. 트럼프는 양자 협상 구도를 선호한다.”

-한일 양국이 처한 상황이 비슷한데.

“다른 나라들에 비해 한일 양국이 처한 상황과 여건이 비슷한 건 맞다. 상대방의 협상 상황과 과정이 서로에게 참고는 될 것이다. 한국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일본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으로 대미 협상 카운터파트도 다르다.”


-안보와 관세 가운데 일본은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나.

“어느 쪽이 우선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둘 다 중요하다. 안보와 관세가 서로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안보와 관세를 연계한 협상을 하고 있는데.


“트럼프는 안보를 양보한다고 관세를 봐주거나 관세를 양보한다고 안보를 봐주는 것 같지 않다. 이런 접근이 먹히는 스타일이 아니다. 안보와 관세를 패키지로 묶어서 협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보는 안보대로, 관세는 관세대로 각각 협상하고 있다. 일본이 만약에 자동차를 양보한다 하더라도 트럼프는 또 다른 걸 요구하고 나올 것이다. 패키지딜은 성사시키기 쉽지 않다.”

-트럼프와 친분을 쌓은 아베 전 총리였다면 협상이 달라졌을까.

“트럼프 1기 때 맺은 관계를 활용할 수 있는 측면은 있었겠지만 그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일본은 동맹 관리를 비교적 잘하는 편인데도 지금 벌어지는 일은 대응이 쉽지 않다.”

-방위비 압박은 어떤가.

-“일본에 대해서는 한국만큼 그렇게 세게 나오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트럼프의 인식 자체가 동맹국이 미국에 무임승차한 만큼 그 빚을 이제는 좀 받아내겠다는 것이니 일본도 압박을 받는다. 한국은 어떤지 몰라도 일본은 전후 80년 어쨌든 안보는 미국에 맡기고 경제발전을 이룬 게 사실이긴 하다. 이 부분에 대해 트럼프가 불공평하다고 말하는 거는 일리가 있다고 본다.”

-방위비 인상은 어느 정도까지 수용 가능한가.

“비용에 대한 합당한 요구는 당연히 들어주고 존중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너무 무리한 요구는 받아들일 수가 없는 거고 이 간극을 줄이고 (양국이) 맞춰나가는 건 시간이 걸릴 수 있는 일이다.”

-방위비 증액 규모가 정해졌나.

“공식적으로 구체적 수치가 제시된 건 아직 없다. 다만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수준으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일본의 방위비 예산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GDP 대비 1%대 수준이었다. 2025년도(2025년 4월∼2026년 3월) 방위 관련 예산이 GDP 대비 1.8%인데 3.5% 인상은 일본 사람들이 보기에는 너무 급격한 증가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지금 일본 경제도 어렵고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에 해당) 인하 여론이 높은데 방위비를 예년에 비해 몇 배나 올리라는 건 부담스러울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금 일본은 오는 20일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선거철에 급격한 방위비 인상안은 더더욱 받을 수가 없는 것이다.”

-여론은 어떤가.

“여당인 자민당 내부에서도 공개적으로 대미 강경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동맹에 무례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반면에 야당은 이시바 총리가 협상을 잘못하고 있다며 선거를 앞두고 대미 협상 결과를 여당을 겨냥한 공격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 야당이 이시바를 비판하는 이유는.

“야당은 관세 유예 종료 시점(7월 8일)까지 협상을 깔끔하게 마무리했어야 하는데 연장전에 들어간 건 이시바가 협상을 잘 못했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니까. 일본 내 여론은 기본적으로 트럼프가 너무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지만 그렇다고 이시바가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하는 건 아닌 분위기다.”

-주일 미군 사령관 직급이 3성에서 4성으로 격상되나.

“일본은 별4개로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미국은 주한미군에 별4개 장성이 2명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단은 기존대로 3성 장군을 유지할 듯하다. 그런데 결국은 이것도 트럼프 생각과 콜비(국방 차관)의 생각, 군의 생각이 각각 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 결정될지 두고봐야 하는 문제다.”

-얼마 전 미·일·대만 3국 전현직 장성 17명이 대만 유사 시나리오 대비 워게임을 했는데.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싱크탱크에서 많이 하고 있다. 대만에서 일본의 최서단 요나구니섬까지 110km 거리밖에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베 전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는 곧 일본 유사’라고 말한 것이다.”

-일본 국민들의 안보 인식은 어떤가.

“중국이 최근 몇 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나 남·동중국해에서 영해 침범을 심하게 하고 있는데 대해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안보 인식이 과거보다 높아졌다.”

-한일 협력에 대한 일본 국민들 인식은.

“최근 발표된 양국 국민 여론조사를 보면 우호적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70% 이상이, 한국에서는 60% 이상이 한일 양자 간 안보 협력 강화에 찬성하고 있다. 상당히 고무적인 수치다.”

-도쿄에서 열린 한일 수교 60주년 행사에 전·현직 총리 4명이 찾았는데.

“전현직 총리 4명이나 참석한 건 이례적인 것이고 일본이 한국과의 관계 강화를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한국에 전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에서의 한일 관계 전망은 어떻게 보나.

“기자회견 등 대통령 발언을 놓고 보면 한일 관계 관련 이재명 대통령이 상당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과거사 문제가 남아 있고 양국 간 민감한 사안들이 있는 건 사실이니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나쁘게 전망하지 않는다.”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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