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서 열린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회 경위들이 최민희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이 노트북 앞에 붙인 인쇄물을 제거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14일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시작도 전에 산회가 선포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민의힘 위원들이 ‘최민희 독재 OUT! 이재명은 협치하라’는 팻말을 노트북에 부착한 것을 문제 삼아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이 기습 산회를 선포하면서다. 상임위가 여야 의견 충돌로 정회가 거듭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위원장이 청문회 자체를 산회한 경우는 전례가 없다.
최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배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시작 7분 만에 산회시켰다. 민주당이 ‘방송 3법’ 개정안을 일방 처리한 데 반발해 야당이 내건 팻말이 빌미가 됐다. 최 위원장의 팻말 제거 요구를 야당 위원들이 거부하자 국회법상 질서유지권을 내세워 산회를 선포했다. 하마터면 인사청문회 자체가 무산될 뻔했다. 산회 선포 당일에는 회의를 다시 개의할 수 없어서다. 다행히 산회 선포가 개의 선언 없이 이뤄져 무효로 해석되면서 최악은 면했다.
다시 개의된 회의도 최 위원장이 팻말 제거를 재차 요구하면서 14분 만에 정회됐다. 최 위원장이 국회 경위들에게 팻말을 뗄 것을 지시하고, 야당이 “과방위 독재의 상징적 모습”이라고 반발하면서 파행이 거듭됐다. 물론 청문회와 무관한 최 위원장 독단에 대해 생중계를 이용한 야당 위원들의 항의가 바람직한 행태라 할 수 없지만, 협의와 설득을 통해 회의를 원만하게 진행하는 것도 위원장 역량에 속한다. 그런데도 일방 산회를 선언하고, 특히 국회 경호직원을 동원하는 고압적인 자세는 자질을 의심케 한다. 물리적 폭력 행사도 아닌 피케팅 저지 지시를 이행하는 겸연쩍은 풍경을 보면 국민 눈에 국회 경호직원이 무슨 죄인가 싶지 않겠는가.
민주당은 야당이던 2022년 9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비판하는 팻말을 붙인 채 회의에 나선 바 있다. 각 정당이나 정치인은 정책·이념적 입장에 따라 정치적 행위를 달리할 수 있고, 이에 대한 평가는 국민이 판단할 문제다. 다수 의석을 점유하고 있다고 고압적으로 상대 당 항의를 틀어막으려 든다면 건강한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