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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이것은 이적죄가 아닌가

조선일보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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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이것은 이적죄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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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뉴스1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뉴스1


14일 출근길 라디오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발언을 들었다. 육사를 나온 육군 4성 장군 출신으로, 민주당 의원 중 최고의 군(軍) 전문가라는 김 의원은 “드론작전사령부가 최소 3차례 무인기(드론) 7대를 북한으로 보냈다”며 군 내부 제보를 근거로 작전 시기·장소·비행경로를 상세히 공개했다.

김 의원이 입수한 제보의 진위는 물론 우리 군의 무인기 작전이 지난 정부의 의도에 따라 북한을 도발하려고 한 것인지는 현시점에서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김 의원은 드론사 예하 101대대가 백령도에 있고, 우리 드론사가 3D 프린터로 대북 전단 살포용 통을 제작할 능력이 있으며, 군 주요 관심사 중에 김정은 관저 및 남포 일대 해군기지가 포함돼 있음을 북한을 포함한 전 세계에 알렸다.

김 의원은 “드론사 간부 복수로부터 제보를 받았다”고 했다.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낸 민주당 박선원 의원도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용대 당시 드론작전사령관이 영관급 중대장에게 해당 작전을 지시했다”며 장교 이름까지 거명했다. 현역 군인이 여당 국회의원에게 우리 군 기밀로 추정되는 정보를 낱낱이 밝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군사 작전에는 국익과 안보를 위해 알면서도 덮어둬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은 국방부 출입 기자에게도 상식이다. 공개한 정보가 자칫 작전 중인 우리 장병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양 무인기 사건’과 관련해서는 이런 상식은 예외인 것 같다. 예비역 4성 장군과 전 국가정보원 1차장 등이 현역 군인들 제보를 전달해 경쟁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비상계엄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됐고,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내란 특검에 역대 최고 규모인 검사 60명을 투입했다. 김 의원의 제보 폭로 방송이 있던 14일, 특검은 합참·국군방첩사령부·국방부 국방정보본부·경기도 소재 무인기 부대 등 총 24곳을 압수 수색했다.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제보 생중계’를 하고 있다.

김 의원과 박 의원은 지난해 비상계엄 직후 곽종근 특전사령관을 만나 유튜브로 인터뷰를 생중계했다. 이후 당시 여권 및 윤 전 대통령 지지자를 중심으로 ‘민주당에 의해 곽 사령관의 증언이 오염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논란은 국가적 분열에 기름을 부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의원은 현역 장교 제보를 근거로 100%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이렇게 알려진 정보와 특검 결과가 배치될 경우 또 다른 국가적 혼란이 우려된다.


한국은 핵 국가인 북한을 상대하고 있는 분단 국가다. 군의 비밀 작전이 필요 이상으로 드러날 경우 우리 대북 대비 태세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적(利敵)죄’의 핵심은 적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현역 군인은 제보하고, 정치권은 이를 생중계하는 모습을 보면 ‘이것이 이적죄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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