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청와대 영빈관 앞 김대중 전 대통령 기념식수인 무궁화 풍경. 연합뉴스 |
박상진 | 경북대 명예교수·‘청와대의 나무들’ 저자
새 정부가 곧 청와대로 되돌아간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인 1939년 조선 총독 관저로 건조된 청와대는 6년 만에 광복을 맞아 우리 손으로 돌아왔다. 미군정을 잠깐 거쳐 1948~2022년 74년 동안 12명의 대한민국 대통령이 집무실로 이용하던 곳이 청와대다. 청와대로 복귀하는 날에 맞추어 여러 행사를 준비하겠지만, 필자는 복귀를 더욱 뜻깊게 가슴에 새길 특별한 무궁화 기념식수를 제안코자 한다.
무궁화는 나라꽃으로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하다. 300여종의 무궁화 품종 가운데 ‘화합’이란 이름을 가진 무궁화가 있다. 2000년대 초 일이다. 무궁화 전문가인 심경구 성균관대 교수는 청와대로부터 새로운 무궁화 품종 개발을 의뢰받았다. 2003년 안동무궁화 꽃에다 남원무궁화 꽃가루를 수정시켜서 ‘화합’이라는 새 품종을 만들어냈다. 애기무궁화라고도 하는 안동무궁화는 경북 안동 도산면 서부리 예안향교에서 자라던 희귀한 토종 무궁화다. 남원무궁화는 전북 남원 산동면 대상리 민가에서 자라던 무궁화로서 당시 키가 6m가 넘는, 그때까지 제일 큰 무궁화였다. 2000년대 전후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민주정권이 연달아 들어서면서 동서 화합을 강조하던 시기였으므로, 영호남 대표 무궁화를 결혼시켜 새 품종을 얻는 사업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백단심계 홑꽃인 ‘화합’은 보통 무궁화보다 꽃은 조금 늦게 피지만 가로수로 심을 수 있을 만큼 크게 자라는 것이 특징이다.
21대 대통령의 복귀 시점에 맞추어 청와대 안에 ‘화합’을 기념식수하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다. 달랑 한그루를 심는 것이 아니라 영남, 호남, 충청, 경기·서울, 강원을 상징하는 5그루를 한곳에 모아심기를 권하고 싶다. 또 ‘화합’은 크게 자라므로 줄기 지름이 10㎝가 넘는 나무도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무 사이 거리를 최소화하고 모아심기를 하여 청와대에 작은 무궁화 숲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세월이 지나면 가지들이 서로 이어져 연리지가 된다. 가지끼리 잡아매는 등 조금만 관리하면 대통령 임기인 2030년까지는 연리지를 완성할 수도 있다. 다른 뿌리를 가진 두 나무의 가지가 맞닿아 세포 연결이 되면서 한 나무처럼 되는 현상을 연리지라고 한다. 중국 고사에 나오는 이야기로 처음에는 지극한 효성을 상징하였는데, 이후 두 몸이 한몸이 되는 지고한 사랑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따라서 청와대의 ‘화합’ 무궁화는 화합, 통합, 소통을 목표로 하는 정부 시책과도 잘 어울린다.
역대 대통령들도 건물 준공이나 나라의 큰 행사가 있을 때는 기념식수를 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8년 12월 말 영빈관을 완공하고 꽁꽁 언 땅을 파 가이즈카향나무를, 노태우 대통령은 역사적인 88올림픽을 맞은 해 식목일에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구상나무를 심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6월15일 1차 남북회담을 기념하여 영빈관 앞에 홍단심 무궁화를 심었다.
큰 나무를 옮기려면 뿌리 돌림 등 적어도 몇달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부터 계획을 세워 무궁화 ‘화합’이 돌아온 대통령의 상징 숲으로 남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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