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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 외교장관 회의서 “오겜 재밌더라, K데헌도 비슷?”

조선일보 쿠알라룸푸르=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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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 외교장관 회의서 “오겜 재밌더라, K데헌도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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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석조의 外說]
방한 취소한 美국무, 말레이서 한미일 회의
박 차관, K콘텐츠로 분위기 띄워
루비오는 “오징어 게임 재밌다”
이와야 日 외무상은 “K팝 좋아한다”
한미 정상회담은 아직 날짜 못 잡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 오른쪽은 오징어게임의 영희 캐릭터.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 오른쪽은 오징어게임의 영희 캐릭터.


이달 초 방한할 줄 마코 루비오(Marco Rubio) 미국 국무부 장관 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난 10~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봤습니다. 같이 있던 한 외교관은 “사진보다 실물이 더 훤칠하다”고 했습니다.

루비오는 이달 초 방한 닷새를 앞두고 일정을 취소해 논란이 됐는데요. 그는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예정대로 참석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국무장관의 첫 아시아 방문이었습니다.

루비오의 ARF 참석 계기로 11일 쿠알라룸푸르에서 한미일 외교장관회의가 열렸습니다. 외교부 출입기자들도 쿠알라룸푸르 출장길에 올라 이재명 정부 출범 첫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를 취재했습니다.

사실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가 이번에 열리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많았습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정부 대표로 ARF에 참석했는데, 미국과 일본이 박 차관과 함께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를 하기로 한 것입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 이야기를 들어보니, 애초 ARF 계기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는 미국이 먼저 제안한 것이라 합니다.

미국이 ‘한·미·일’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오른쪽)이 지난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외교부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오른쪽)이 지난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외교부


한·미·일 회의는 40분간 진행됐는데요. 박 차관은 북핵, 경제 안보 같은 하드 이슈를 논의하다 회의 끝 무렵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이하 케데몬)’를 아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헌트릭스라는 인기 K팝 걸그룹이 무대에선 수퍼스타로, 무대 밖에서는 악령 사냥꾼으로 활약한다는 신선한 내용의 애니메이션입니다. 지난달 공개됐는데 넷플릭스 영화 부문에서 1위에 올랐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박 차관은 이어 “‘케데몬’은 일본의 소니 픽처스가 한국 K팝을 주제로 제작해 미국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됐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케데몬 흥행이 공교롭게 3국 합작이 됐는데, 이를 예로 들어 한미일 협력을 강조했던 것입니다.


그러자 루비오는 “아직 케데몬을 보지는 못했다”면서 “‘오징어 게임’은 봤다. 이거랑 비슷한 것이냐”고 되물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오징어 게임은 아주 재밌게 봤다”고 했다고 합니다. 이와야 다케시 일 외무상은 “K팝을 좋아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루비오는 현재 트럼프의 최측근 중 하나로, 현재 두 개의 모자를 쓰고 있는 외교안보 사령탑입니다. 국무장관이란 모자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수시로 찾아서 국무부보다는 백악관에 주로 상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쿠바 이민자 출신인 그는 강경 반공주의자로 플로리다 상원의원이자 유력한 차기 공화당 대선 주자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오징어게임이 트럼프 행정부 백악관까지 깊숙이 침투한 셈입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루비오가 이달 초 방한을 취소한 건 그의 결정이 아니라 트럼프의 지시였다고 합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급히 잡혔는데, 트럼프가 여기에 배석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아직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을 찾은 트럼프 행정부 장관은 아무도 없습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방미해 루비오를 만나고 돌아왔지만, 정상회담하자는데 ‘공감’만 하고 아직 구체적 일정을 찾지 못한 상태입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ARF 출장을 마치고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며, 새삼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윤석열 등 역대 정부에서 물 흐르듯 이뤄진 한국 대통령의 방미 및 한미 정상회담, 그리고 미 대통령과 국무·국방부 장관의 방한 등 양국 간 정상·고위급 교류가 그냥 다 되는 당연한 것들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외교안보 참모진들이 이런 문제들을 뚫기 위해 밤낮없이 일한다는데 노력의 결과가 하루속히 나왔으면 합니다.

암살 용의자가 김정남 등 뒤에서 다가가 무언가를 얼굴에 덮어 씌우는 모습이 공항 CCTV에 포착됐다.

암살 용의자가 김정남 등 뒤에서 다가가 무언가를 얼굴에 덮어 씌우는 모습이 공항 CCTV에 포착됐다.

이번 뉴스레터 외설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외설에서는 쿠알라룸푸르에서 들은 북한 관련 비사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마음 표시는 ‘좋아요’‘구독’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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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룸푸르=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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