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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특강' 李 "돈은 천사 모습을 한 마귀"

매일경제 성승훈 기자(hun1103@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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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특강' 李 "돈은 천사 모습을 한 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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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4일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공무원 5급 신임 관리자 특강에 나서며 교육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호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공무원 5급 신임 관리자 특강에 나서며 교육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호영 기자


"성남시장 때부터 수없이 한 얘기인데, 돈이 마귀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천사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는데 거기에 넘어가지 마세요. 문제 될 일을 하지 말고 불필요하게 업자를 만나지 않아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을 찾아 신규 공무원 특강에 나섰다. 현직 대통령이 새로 뽑힌 예비 사무관들을 상대로 특강 연단에 오른 것은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고시에 합격한 5급 신임 공무원들에게 자신의 국정 철학을 불어넣는 데 주력했다. 특강 주제부터 '국민주권시대 공직자의 길, 국민과 함께 만들다'로 정했다. 공직사회에 국정 운영 방향을 직접 전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임 사무관들에게는 청렴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저는 부패한 사람으로 온갖 음해를 당해서 '저 사람은 뭐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치열하게 삶을 관리해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돈이 마귀인데, 친구·친척·선배·동료나 애인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경고했다.

李 오송 참사 2주기 추모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 현장을 찾아 묵념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李 오송 참사 2주기 추모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 현장을 찾아 묵념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검찰 특별수사부 조사 기법을 언급하면서도 "공직자를 잡으면 평정 점수가 높은데, 관가 근처에서 업자를 잡으면 첫 번째로 하는 일이 장부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업자를 만나지 않는 게 제일 안전하다"며 "돈은 부모·자식도 없으니 조심하면 인생이 편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성남시장 시절 집무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한 일화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업자들 경고용으로 온 동네와 언론에 소문을 냈더니 다음부터는 면담 신청이 확 줄었다"며 "결국은 제가 돈 받았다는 소리는 안 듣고 살았다"고 말했다.


이날 특강에서는 △공직사회 쇄신 △이재명 정부 인사 기준 △국민주권도 화두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어느 날부터 실패하면 책임을 묻는 이상한 풍토가 생겼다"며 "일선에서 일하는 공무원 때문이 아니라 정치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감사·수사를 받게 되는 현실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책임 여지가 있는 일은 절대로 안 하기로 마음먹기 시작했다는 것이 공직사회의 심각한 문제"라며 "선의를 갖고 하는 일에 대해선 책임을 묻지 않는 제도·풍토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새 정부에서는 능력보다 '방향'을 우선한 인사에 나서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가짐을 가져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기술적 능력이 뛰어난데 사익을 도모하는 데 쓰면 나라가 망할 일"이라며 "5200만명의 삶이 여러분의 손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러분 손에 들린 펜과 업무는 세상에 폭풍을 일으키는 파초선 같은 것"이라며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당부했다. 공무원 처우 개선에는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처우 개선이 우선순위인지에 대해선 국민이 공감하기 쉽지 않다"며 "돈을 벌려면 기업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특강을 마치고 나서는 직원식당으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신임 공무원들과 점심 식사를 함께했다. 이날 일정으로 매주 월요일에 열리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주례 회동은 취소됐다.


한편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이 대통령은 이날 현장을 직접 찾았다. 2년 전 오송에선 갑작스러운 폭우로 지하차도가 물에 잠기며 14명이 숨졌다. 16일에는 사회적 참사 유가족을 초청해 의견을 듣는다. 이 대통령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족뿐 아니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0·29 이태원 참사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불러서 위로할 계획이다.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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