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 상태에 빠진 자신을 강간한 범인 50명을 공개 법정에 세운 프랑스 여성이 프랑스 최고 영예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게 됐다./사진=AFP |
혼수 상태에 빠진 자신을 강간한 범인 50명을 공개 법정에 세운 프랑스 여성이 프랑스 최고 영예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게 됐다.
프랑스 관보는 13일(현지시간) 지젤 펠리코가 레지옹 도뇌르 훈장 중 5등급인 슈발리에(기사) 훈장을 수여 받는다고 밝혔다.
레지옹 도뇌르 훈장은 1802년 나폴레옹 1세가 제정한 것으로 군사적 공로가 있거나 정치, 경제, 사회, 과학, 문화, 예술, 스포츠 등 각 분야에서 공로를 세운 인물에게 주어진다. 최고 등급인 그랑크루아를 포함해 그랑도피시에, 코망되르, 오피시에, 슈발리에 등 5개 등급으로 나뉜다.
지젤 펠리코는 2011년 7월부터 약 10년 간 당시 남편이었던 도미니크 펠리코에 의해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수십 명의 모르는 남자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이 사건은 도미니크가 2020년 동네 한 슈퍼마켓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여성들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다 붙잡히면서 드러났다. 경찰이 압수한 도미니크의 컴퓨터에는 약 2만 건이 넘는 음란 사진과 영상 등이 나왔는데, 여기에는 자신의 아내 지젤을 상대로 한 엽기적인 성범죄 관련 영상도 포함돼 있었다.
지젤은 '대중의 구경거리'가 될 수 있다는 주변 사람들의 우려에도 사건의 실체를 만천하에 밝히기 위해 익명 재판을 포기했다. 도미니크 펠리코의 1심 재판이 공개로 열리길 요구하고, 자신의 이름과 얼굴도 드러내며 직접 피해를 증언하는 용기를 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지젤은 "수치심은 가해자의 몫"이라며 "성폭력 피해를 입은 모든 여성들이 '지젤이 했듯 나도 할 수 있다'는 말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목소리 높였다.
한편 도미니크는 지난해 12월 강간 및 강간 사주 혐의로 법정 최고형인 징역 20년을 선고 받았으며 도미니크와 함께 범행을 저지른 남성 49명은 성폭행이나 성폭행 미수, 성폭력 혐의 등이 인정돼 3∼15년 징역형이 선고됐다. 이 중 2명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윤혜주 기자 heyjude@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