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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그날, 있어선 안 될 실패” 美경호국이 올린 굴욕의 반성문

조선일보 서보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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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그날, 있어선 안 될 실패” 美경호국이 올린 굴욕의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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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암살 시도 사건 보고서
“소통 부족했고 요원 배치 오류”
지난해 7월 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의 선거 유세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귀에 총상을 입은 뒤 비밀경호국 요원들로부터 둘러싸인 채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션 커런(오른쪽)을 비밀경호국 국장으로 임명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7월 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의 선거 유세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귀에 총상을 입은 뒤 비밀경호국 요원들로부터 둘러싸인 채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션 커런(오른쪽)을 비밀경호국 국장으로 임명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후보 신분으로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도중 괴한이 쏜 총알이 귀를 스쳤던 암살 시도 사건이 발생한 지 13일로 1년이 됐다. 당시 트럼프가 피를 흘리면서도 손을 불끈 쥔 모습이 포착된 현장 사진은 트럼프에게 ‘불굴의 지도자’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대선에서 승기를 굳히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즈음해 대통령 경호를 전담하는 비밀경호국(SS)이 당시의 문제점을 복기하고 이후 개선 사항을 깨알같이 적시한 경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SS는 전현직 대통령과 배우자, 직계가족의 경호가 주 업무인데 대통령 선거 때는 주요 후보들의 경호도 전담하고 있다. 트럼프는 당시 전직 대통령이자 유력 후보였던 만큼 SS의 경호 대상이었다.

SS는 지난 10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경과 보고서에서 트럼프 암살 시도는 “이는 결코 있어선 안 될 작전상 실패였다”며 “의사소통 단절, 항공 감시 부재, 경호원 배치 오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 사태로 킴벌리 치틀 당시 국장이 자리에서 물러났고, 의회는 태스크포스까지 꾸려 SS의 경호 업무에 대한 개선 사항을 전달했다. SS는 의회에서 받은 46개의 개선 사항에 대한 이행 상황을 보고했다. 가령 이 사건을 계기로 대통령이 외부 행사를 가질 때에는 저격 시도에 맞대응할 스나이퍼 배치 등 대응 수단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는 식이다.

보고서는 당시 현장 인력 중 여섯 명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최장 6주까지 정직시키는 등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당시 민간인 한 명이 사망하고 두 명이 다쳤다. 트럼프는 당시 현장에서 자신을 적극적으로 보호했던 SS 요원 션 커런을 새 SS 국장으로 승진시켰다. 커런은 “1년 전 대통령 암살 시도 때 바로 (대통령) 곁에 있던 경험을 늘 마음에 담고 있다”고 말했다.

SS는 “트럼프 대통령과 국토안보부, 의회의 지속적이고 확고한 지원에 감사드린다”는 말로 보고서를 마무리했다. 이름까지 ‘비밀’이 붙을 정도로 비공개 성격이 강한 이 기관이 절절한 ‘공개 반성문’을 올린 것을 두고 예전처럼 위상을 보여주지 못하는 조직의 현실이 투영돼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SS는 1865년 재무부 산하 위조지폐 수사 조직으로 문을 연 뒤 1894년부터 대통령 경호 업무를 본격적으로 맡았다. 전현직 대통령 및 부통령과 가족을 포함해 미국의 고위 인사들에 대한 경호를 책임지고 있으며, 첨단 안보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가지고 있다.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비약하면서 SS의 국제적인 위상도 올라가 세계 주요국 대통령 경호 조직의 본보기처럼 인식됐다.


그럼에도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1963)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저격(1981) 등을 사전에 막지 못했다. 21세기 들어서는 기강 해이 문제로 잇따라 구설에 올랐다. 2012년에는 SS 요원들이 콜롬비아에서 성매매를 하다 들통났고, 2014년에는 괴한이 백악관 담장을 넘어 대통령 집무실 부근까지 접근한 사건이 발생해 첫 여성 국장이었던 줄리아 피어슨이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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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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