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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적인 스승과 열정적인 제자… 둘은 서로를 응시했다

조선일보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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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적인 스승과 열정적인 제자… 둘은 서로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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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수·임윤찬 ‘사제 이중주’
12일 아트센터인천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손민수(앞쪽)·임윤찬 사제(師弟)의 피아노 이중주 무대. 통상적 피아노 이중주 무대와는 달리 피아노 두 대를 바깥 방향으로 향하게 배치했다. 자연스럽게 두 사람은 연주 내내 눈빛과 손짓, 호흡까지 주고받았다./아트센터인천

12일 아트센터인천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손민수(앞쪽)·임윤찬 사제(師弟)의 피아노 이중주 무대. 통상적 피아노 이중주 무대와는 달리 피아노 두 대를 바깥 방향으로 향하게 배치했다. 자연스럽게 두 사람은 연주 내내 눈빛과 손짓, 호흡까지 주고받았다./아트센터인천


피아니스트 손민수(49)·임윤찬(21) 사제(師弟)의 피아노 이중주가 열린 12일 아트센터인천. 전반 첫 곡인 브람스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3악장이 끝난 뒤 스승 손민수 교수가 제자 임윤찬에게 손수건을 건넸다. 임윤찬이 잠시 연주를 멈추고 이마를 닦자 객석에서도 웃음꽃이 피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부터 현재 미 뉴잉글랜드 음악원(NEC)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들의 사제 관계가 손수건 하나를 통해 그대로 전해졌다.

이들 사제는 피아노 배치부터 남달랐다. 보통은 피아노 두 대의 덮개 부분을 맞물리게 한 뒤 연주자들은 멀리서 마주 보고 앉는 것이 통상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반대로 피아노 두 대를 바깥 방향으로 돌리고 두 사람이 나란히 가까이 앉는 방식을 택했다. 소속사인 목프로덕션은 “일반적인 피아노 세팅으로는 연주자들이 멀리 떨어져서 호흡 맞추기가 불편하기 때문에 여러 위치로 조정한 끝에 가장 연주하기 좋은 방식을 택했다”고 전했다.

자리 배치를 바꾸자 자연스럽게 연주 도중에도 시선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됐고 친밀감이 배가됐다. 새로운 악장에 들어가거나 끝날 적마다 둘은 서로를 조용히 응시했다. 연주 도중에도 한 손으로 연신 허공을 저으며 박자를 맞춰 나가는 모습도 보여줬다.

두 연주자가 두 대의 피아노를 각자 연주하면 선율과 반주의 구분이 사라진다. 무대에서 둘은 오로지 동등한 연주자일 뿐이다. 전반에는 스승이 무대 앞쪽 피아노에 앉았지만 후반에는 제자 임윤찬에게 같은 자리를 양보했다.

이들은 201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부설 한국예술영재교육원 오디션 현장에서 처음 만난 뒤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는 사제 관계다. 스승 손민수 교수가 지난 2023년 한예종에서 미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로 옮길 적에도 제자 임윤찬은 미국으로 따라나섰다. 심지어 국내외 소속사마저 같은 ‘한솥밥 식구’ 사이다. 임윤찬은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도 “어느 것 하나를 꼽을 수가 없을 정도로 선생님은 제 인생과 음악 모두 다 절대적이고도 전반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전반 첫 곡이었던 브람스 소나타는 피아노와 현악기 4대가 어우러지는 5중주 버전으로 친숙한 곡. 5중주 대신에 두 대로 연주하자 현악의 부드럽고 세밀한 질감 대신에 피아노 특유의 견고함이 부각됐다.


후반 연주곡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장미의 기사’ 모음곡(편곡 이하느리)이었다. 전반 연주곡이 실내악에 바탕하고 있다면, 후반 연주곡들은 모두 오케스트라 원곡이 존재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두 대의 피아노로 얼마나 관현악적 효과를 내느냐가 관건이 된다.

슈트라우스 특유의 화려한 관현악을 과연 피아노 두 대에 담아낼 수 있을지 궁금해하고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장미의 기사’에서도 가장 운치 있는 대목으로 꼽히는 2막 장면에서 끊어질 듯 이어지는 현악의 떨림까지 오른손의 건반으로 포착한 뒤 흥겨운 왈츠로 넘어갔다. 상대적 구분일 뿐이지만 차분하고 사색적인 스승과 열정적이면서도 폭발적인 제자의 스타일 차이도 엿볼 수 있었다.

앙코르로 슈트라우스 모음곡 후반부를 다시 들려준 뒤 기립한 청중 앞에서 둘은 손을 맞잡았다. 이들 사제의 연주 스타일은 물론, 음악 취향과 서로에 대한 배려까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됐다. 이들의 피아노 이중주 무대는 14~15일 서울에서 두 차례 열린 뒤 이달 말부터는 스위스·프랑스로 이어진다. 현대카드 컬처 프로젝트로 열리는 두 차례 서울 공연은 이미 매진. 이 때문에 최근에는 유럽까지 따라가서 이들의 공연을 관람하는 ‘원정 관객’도 적지 않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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