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엘브리지 콜비, 동맹과 대만 놓고 갈등”
“호주 핵잠 공급·日 국방 증액 독단” 보도도
주한미군 유연성 주장, 韓과도 마찰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표적 대(對)중국 강경파로 꼽히는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이 상대국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 태도로 동맹국인 일본 및 호주와 갈등을 빚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몇 달간 콜비 차관이 일본과 호주 국방 당국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대만 문제로 중국과의 전쟁에 돌입할 경우 두 나라가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라는 압력을 지속적으로 가했다고 12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FT에 “미국조차 대만 안보 보장에 관한 백지 수표를 제공하지 않는 상황에서 (콜비 차관의) 요구는 일본과 호주 정부를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은 대만 방어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 정책을 유지해 왔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미국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 소속 잭 쿠퍼 연구위원은 FT 인터뷰에서 “대만 분쟁 시나리오의 맥락도,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모르는 동맹국이 해당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미리 미국에) 알려 주는 것은 아주 어렵다”며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대만 방어를 약속하지 않았는데 미국이 다른 나라들에 명확한 약속을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호주 핵잠 공급·日 국방 증액 독단” 보도도
주한미군 유연성 주장, 韓과도 마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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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브리지 콜비(맨 왼쪽)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 등 군 수뇌부가 5월 5일 미 워싱턴 인근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페루 고위 당국자들과의 회담을 기다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표적 대(對)중국 강경파로 꼽히는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이 상대국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 태도로 동맹국인 일본 및 호주와 갈등을 빚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美는 모호해도 동맹은 명확해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몇 달간 콜비 차관이 일본과 호주 국방 당국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대만 문제로 중국과의 전쟁에 돌입할 경우 두 나라가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라는 압력을 지속적으로 가했다고 12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FT에 “미국조차 대만 안보 보장에 관한 백지 수표를 제공하지 않는 상황에서 (콜비 차관의) 요구는 일본과 호주 정부를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은 대만 방어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 정책을 유지해 왔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미국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 소속 잭 쿠퍼 연구위원은 FT 인터뷰에서 “대만 분쟁 시나리오의 맥락도,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모르는 동맹국이 해당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미리 미국에) 알려 주는 것은 아주 어렵다”며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대만 방어를 약속하지 않았는데 미국이 다른 나라들에 명확한 약속을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일본과 호주는 모두 곤혹스러운 기색이다. 일본 방위성은 “대만 유사시라는 가정적인 질문에 답하기 어렵고 (막상 상황이 닥쳤을 경우) 모든 대응은 헌법과 국제법, 국내 법규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FT는 전했다. 팻 콘로이 호주 방위산업부 장관도 13일 미국 ABC방송 인터뷰에서 “가정적인 상황에 대해 논의하지 않는다. 호주는 어떤 분쟁에서도 사전 병력 파견을 약속하지 않을 것”이라며 “병력 파견 여부는 그 시점의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남의 나라 국방비라고 아무렇게나
콜비 차관이 양국을 불쾌하게 만든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올봄 일본에 국방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3% 수준으로 올리라고 공개 요구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화나게 했던 콜비 차관이 GDP의 3~3.5%로 국방 지출을 증액하는 방안이 일본 내부에서 검토되던 시점에 또 갑자기 GDP의 5% 수준으로 증액하라는 요구를 일방적으로 제기해 다시 일본 측을 언짢게 했다는 소식통 전언을 소개했다. 콜비 차관은 미국과 영국이 동맹국인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공급하기 위해 만든 협의체인 오커스(AUKUS)를 재검토한다는 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리기도 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콜비 차관은 한국과도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경우에 대비하려면 주한미군의 역할과 활동 반경을 확대해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방부 전략 및 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를 지냈던 콜비 차관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다시 중용돼 늦여름 공개될 예정인 새 국방전략(NDS) 수립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론자인 JD 밴스 부통령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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