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중국 전승절 제80주년 기념행사에 이재명 대통령이 불참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은 한미정상회담과 한일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한 선택이다. 섣부른 중국 방문이 새 정부 대외정책에 대한 미국의 의구심을 부를 우려가 있고, 통상협상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통령실이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이 새 정부의 외교정책 원칙이라는 점을 확고히 하기 위해 정상외교 일정을 조율하는 가운데, 한일정상회담이 이 대통령의 첫 단독 정상외교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3일 "중국 전승절엔 이 대통령 참석이 어렵다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2017년 말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방중한 만큼 이번엔 중국 정상이 한국을 찾을 차례라는 점도 이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하기 힘든 이유"라고 밝혔다.
앞서 정규재 펜앤마이크 대표는 지난 1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전날 이 대통령과의 오찬 중 대화한 내용을 소개하며 "이 대통령이 전승절 참석 문제를 상당히 신중히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전승절의 공식 명칭은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대회'다. 중국은 일본이 항복 문서에 서명한 1945년 9월 2일 다음 날인 9월 3일을 매년 전승절로 기념해왔다. 앞서 2015년 서방 지도자들이 보이콧한 전승절 70주년 열병식에는 자유진영 정상 중 유일하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했다. 정부는 외교정책의 핵심 축인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확고히 다진 이후 중국과의 정상외교에 시동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은 우선 이르면 이달, 늦어도 다음달 중 개최를 목표로 한미정상회담 추진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통상협상 상황에 따라 한일정상회담이 먼저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미·일 협력이 외교정책의 근간인 만큼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만나도 무방하다고 본다"며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한일정상회담 추진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는 지난해 9월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 방한을 끝으로 중단된 상태라 이 대통령이 일본을 찾는 것이 수순이다.
한중정상회담은 오는 10월 말 또는 11월 초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뤄질 개연성이 높다.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게 된다면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11년 만의 한국 방문이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프랑스에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영국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도에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각각 대통령 특사로 파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방문국 주요 인사를 만나 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게 된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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