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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고 히어로 김화중… “손가락이 찢어져도 던졌어요”

조선일보 양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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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고 히어로 김화중… “손가락이 찢어져도 던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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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회 청룡기] 부상 투혼으로 3과 3분의 1이닝 무실점 결승전 승리 투수
청룡기 결승전 마운드 위에서 덕수고 유니폼을 입은 좌완 투수 김화중은 흔들림이 없었다. 지난 8강전에서 왼손 손가락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은 그는 이날도 손가락이 다친 채 등판했다.

김화중(19)은 12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80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이하 ‘청룡기’) 결승전 부산고와의 경기에서 팀이 3-2로 앞선 2회초 마운드에 올라 5회까지 3과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8강전에서 왼손 손가락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지만, 결승전 등판을 자원하며 팀의 7대3 ​​​승리에 힘을 보탰다.

경기 후 김화중은 “사실 이 정도 상태까지 악화될 줄 몰랐다. 경기를 앞두고 정말 많이 아팠지만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어 참고 던졌다”라고 했다.

김화중은 올 시즌 고교야구 최고의 좌완 투수 자리를 다투는 선수. 청원고에서 2학년 당시 토미존 수술을 하고 1년 유급 후 2024년 말 덕수고에 전학 왔다. 지난 4월달에는 주말리그에서 서울고를 상대로 10타자를 연속으로 탈삼진을 잡아내는 등 활약했었다. 올 시즌 12경기 27과 3분의 2에 나서 4승(2패) 평균자책점 2.89, 35탈삼진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덕수고는 KBO(한국야구위원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로 보낸 투수 정현우(키움), 김태형(KIA)을 원투 펀치로 데리고 있어 막강한 마운드를 자랑했었다. 이 둘이 빠진 덕수고 마운드는 올해는 작년보다는 다소 헐거워졌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덕수고는 김화중의 부상 투혼 속에 눈부신 역투로 청룡기 우승을 거머쥐었다.

12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0회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 대회 및 주말리그 왕중왕전 부산고와 덕수고의 결승전을 마친 뒤 덕수고 김화중이 다친 왼손을 보여주고 있다. /양승수 기자

12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0회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 대회 및 주말리그 왕중왕전 부산고와 덕수고의 결승전을 마친 뒤 덕수고 김화중이 다친 왼손을 보여주고 있다. /양승수 기자


김화중은 8강전에서의 부상 후, 4강전에서는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더그아웃에서 팀을 지켜봤다. 아쉬움이 겹쳤지만 김화중은 ‘결승전엔 꼭 던지겠다’는 각오로 준비했고, 결국 덕수고의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믿음직한 두 번째 카드’로 마운드에 올랐다. 목이 다 쉰 김화중은 마운드 밖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화중은 “투수다 보니 벤치에 있는 시간이 많은데, 그 안에서도 동료들에게 목소리를 내며 에너지를 주려고 하다 보니 목이 다 쉰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김화중은 “감독님이 아니었으면 이런 영광도 없었을 것”이라며 “감독님이 제 의견을 존중해주셨고, 또 투구를 믿고 맡겨주셨다. 그 믿음 덕분에 결승 무대에서 제 몫을 해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정윤진 덕수고 감독도 이날 경기의 수훈갑으로 김화중을 꼽았다. 정 감독은 “왼쪽 손가락이 8강 때 완전히 찢어져 부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본인이 던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면서 “오늘 경기에서 정말 좋은 투구를 펼쳤다. 경기 MVP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김화중은 “무엇보다 팀이 우승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몸 상태와 관계없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어떤 역할이든 하겠다”고 답했다.


김화중의 투혼으로 덕수고는 9년 만에 청룡기 패권을 거머쥐었다. 청룡기에서 통산 7회 우승을 달성, 9회 우승 경남고와 8회 우승 경북고에 이어 통산 우승 단독 3위팀으로 올라섰다.

[양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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