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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인사이드] 롤러코스터 국제유가와 트럼프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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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인사이드] 롤러코스터 국제유가와 트럼프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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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홍 기자] 국제 유가가 지정학적 리스크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며 11일(현지시간) 급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중대 성명'을 예고하면서 시장의 모든 시선이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 강도에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1.88달러(2.82%) 치솟은 배럴당 68.4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 2일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9월물 역시 1.72달러(2.51%) 급등한 배럴당 70.36달러를 기록, 전날의 하락분을 모두 만회하고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여기에 견조한 여름철 수요와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기조가 맞물리면서 유가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다만 시장을 뒤흔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마디였다. 그는 지난 10일 NBC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월요일(14일) 러시아에 대해 중대 성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함구했지만, 시장은 이를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미국의 강력한 '대러시아 압박 카드'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핵심 수입원인 원유 수출에 대한 추가 제재가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망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됐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를 두고 팽팽한 외교적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양국 외교 수장이 말레이시아에서 만나 평화 회담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등 대화의 창은 열려 있지만 동시에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재개하며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압박도 늦추지 않고 있다.


'채찍과 당근' 전략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대 성명' 예고는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한 최대의 압박 카드로 분석된다. 만약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거나, 러시아와 거래하는 제3국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까지 단행할 경우, 글로벌 원유 시장의 공급 부족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지정학적 불안감은 계절적 수요 증가와 맞물려 유가 상승을 더욱 부추겼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석유 수요 증가 폭이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고 1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여름 휴가철 여행 및 발전 수요 증가로 인한 정제 시설 가동률 확대를 고려할 때 "시장 상황은 겉보기보다 타이트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단기적으로는 수요가 공급을 앞지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근월물 가격이 원월물보다 높은 '백워데이션' 현상이 심화하며 단기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편 공급 측면에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의 감산 정책이 여전히 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OPEC+는 최근 점진적인 증산을 결정했지만, 이는 시장의 예상보다 더딘 속도이며, 언제든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유가 하락을 방어하려는 산유국들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과잉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IEA는 공급 증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반면, 수요 전망은 소폭 하향하며 연간 기준으로는 공급 과잉 가능성을 경고했다. 독일 코메르츠방크 역시 "OPEC+가 조만간 원유 공급을 크게 확대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인 과잉 공급 리스크를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현재 국제 유가는 '트럼프의 입'에 모든 것이 달린 형국이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대러 제재 강도와 여름철 수요가 유가를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 미·러 관계의 변화, 그리고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 가능성 등 복합적인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안갯속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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