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깊어질수록 마음은 바다로 향한다. 경남 남해군 미조면. 깎아지른 절벽과 해안이 어우러진 보석섬에 지난 5일 ‘쏠비치 남해(오른쪽 사진)’가 문을 열었다. 이곳은 이탈리아 남부의 지중해풍 감성과 남해의 자연을 담은 리조트로, 바다를 가장 가까이서 마주하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남해의 독특한 지형인 ‘다랭이논’을 모티브로 설계된 계단식 건물이 바다를 향해 서 있고, 눈앞엔 작은 섬들이 보석같이 수놓인 쪽빛 바다가 펼쳐진다. 금강산도 식후경. 쏠비치 남해에서 빼놓지 말고 즐겨야 할 것이 바로 ‘맛’이다. 리조트 내 7개의 레스토랑과 바에서 유자와 마늘, 민어, 전복 등 남해 특산물을 활용한 다채로운 음식의 향연이 펼쳐진다. 지역민들과의 협업을 통해 재료의 신선함은 물론, 제철의 풍미를 담아낸 남해의 맛을 만끽할 수 있다.
제철 민어향 알알이 스민
민어솥밥
가장 먼저 맛봐야 할 메뉴는 퓨전 한식당 ‘소울다이닝, 바래’의 ‘민어솥밥’이다. ‘바래’는 바다에서 먹을 만큼만 해산물을 채취하던 남해의 전통 어업 방식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바래에서는 민어솥밥을 비롯해 ‘전복리조또’ ‘전복해물뚝배기’ 등 남해의 제철 해산물과 식재료를 활용한 한 상 차림을 선보인다. 7, 8월은 남해안에서 민어가 제철을 맞는 시기. 여름에 맛이 절정에 이르는 남해산 민어를 솥밥 위에 큼지막하게 올린다. 솥밥이 뜸들 무렵 민어구이를 얹어 민어향이 밥에 고스란히 스며든다. 밥과 함께 비벼 먹으면 독특한 민어향을 품은 촉촉한 솥밥을 즐길 수 있다.
전복리조또 |
남해 쏠비치의 시그니처 메뉴인 ‘전복리조또’는 남해와 이탈리아가 어우러진 메뉴다. 전복 내장밥에 이 지역에서 나는 조개 육수로 만든 크림소스를 섞어 먹을 수 있다. 고소한 전복의 풍미와 부드러운 크림소스의 조화가 일품이다. 남해산 전복과 해물이 듬뿍 들어간 ‘전복해물뚝배기’도 꼭 맛봐야 할 메뉴. 얼큰하고 푸짐하다. 바래의 한 상 차림은 남해 시금치와 마늘 등으로 구성된 반찬을 곁들이고 남해 특산물인 유자로 만든 음료가 함께 나온다.
뭘 섞어도 존재감 확실한
남해 유자 칵테일
카페 ‘메리디오네 베이커리&카페’는 쏠비치 남해에서 가장 공들여 완성한 공간 중 하나다. 따개비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한 인테리어로 시간대마다 다른 자연광이 비쳐 마치 바닷속에 들어온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곳의 커피 메뉴들은 쏠비치 남해에서 직접 개발한 스페셜티 원두 ‘프레젠테’로 내린다. 시그니처 커피인 ‘로마노 에스프레소’를 비롯해 남해 유자를 활용한 다양한 음료와 베이커리를 맛볼 수 있다.
남해 유자 블렌디드 티 |
‘남해 유자 블렌디드 티 윈터후르츠’는 감기 예방에 효과가 좋은 유자를 팔각, 계피, 정향, 생강 등과 블랜딩해 만든다. 남해 유자는 웬만한 재료와 만나도 기가 죽지 않을 정도로 맛과 향이 강하다. 정교한 레시피로 유자 특유의 향이 살아있으면서도 풍부한 맛이 느껴지는 상큼한 한잔을 완성한다. 보통 아이스티는 얼음이 녹으면 밍밍해지는데 물 양과 얼음 양, 식히는 시간을 섬세하게 조절해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남해의 쪽빛 바다를 그대로 옮겨 담은 ‘남해 유자 에메랄드 비치’, 오렌지 주스 대신 유자 주스로 만든 ‘남해 유자 트로피컬 선라이즈’는 이곳에서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칵테일이다.
유자 바게트로 속을 감싼
스테이크 샌드위치
수영장 옆 ‘풀사이드 스낵&바’에서도 남해 특화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대표 메뉴인 ‘스테이크 샌드위치’는 유자 발효종으로 만든 바게트에 두툼한 스테이크를 끼운 투박하고 묵직한 샌드위치다. 기공이 많고 은은한 맛이 나는 유자 바게트가 달달한 스테이크 소스, 채소와 조화를 이룬다. 남해 인근에서는 오징어와 한치가 많이 잡힌다. 검은 비주얼이 인상적인 ‘블랙 잉크 커틀피쉬 앤 칩스’는 남해 여름 오징어에 인근 독일마을에서 받아 온 맥주로 튀김 반죽을 만들어 식감이 부드럽고 바삭하다. 새콤한 소스와 함께 고소하고 신선한 남해산 오징어 튀김을 맛볼 수 있다.
블랙 잉크 커틀피쉬 앤 칩스 |
이재천 쏠비치 남해의 식음업장 총괄 셰프는 “남해는 인근에 사천과 삼천포를 비롯해 작은 미항들이 많다. 직송이라 해산물의 선도가 뛰어나고 마늘과 시금치, 유자 등 지역 특산물도 다양해 미식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남해 통마늘 곁들인
큐브스테이크
야외 별관에 위치한 ‘비스트로 게미’는 쏠비치 남해의 백미라 할 수 있다. ‘게미’는 음식의 깊고 은근한 감칠맛을 뜻하는 남해 방언. 지역 해산물로 구성된 안주류와 다양한 주류를 맛볼 수 있다. 다랭이논에서 착안한 계단식 구조와 생선을 말리는 ‘덕장’, ‘죽방렴’ 등 남해의 전통 어업 요소가 인테리어에 녹아 있다.
이소베마끼 |
‘큐브스테이크’는 추천 메뉴다. 스테이크와 남해 통마늘이 구워져 나오는데 큼직한 통마늘이 스테이크 못지않은 존재감을 자랑한다. 담백한 스테이크와 남해 마늘의 단맛이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낸다. ‘이소베마끼’는 밥 없이 참치, 연어, 무순, 파래, 생강채가 들어간 롤이다. 유자 소스를 곁들여 비린내 없이 다채로운 바다 맛을 즐길 수 있다. ‘새우 프리투라와 크리시피 토마토’는 설탕을 살짝 뿌려 토치로 구운 토마토와 새우를 붙여 튀긴 라이스페이퍼가 맥주와 잘 어울리는 안주로 손색이 없다. 게미에서는 꼭 외부 테라스로 나가 남해의 석양을 감상하며 ‘남해 유자 모히또’ 한잔을 마셔보자. 잊을 수 없는 여름의 장면을 선사할 것이다.
글·사진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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