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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효과 무시못해" 인도네시아 FIFA 118위 쾌거→19년 만에 최고 기록…"외국인 감독 영향 컸어" 印尼 언론 조명

스포티비뉴스 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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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효과 무시못해" 인도네시아 FIFA 118위 쾌거→19년 만에 최고 기록…"외국인 감독 영향 컸어" 印尼 언론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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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인도네시아가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난 10일 발표한 세계 랭킹에서 118위에 이름을 올려 19년 만에 최고 기록을 쓴 가운데 현지 언론은 '외국인 감독 선임'을 순위 상승 주요인으로 꼽았다.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축구협회장은 공식 성명을 내고 "이번 FIFA 랭킹은 2006년 12월에 기록한 120위 이후 최고 순위이며 인도네시아 축구가 국제 무대로 나아가는 전환점으로 기록될 만한 거대한 성과"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인도네시아 순위 상승은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에서 선전이 견인했다. 지난달 5일 가루다(Garuda·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별칭)는 자카르타에서 열린 중국과 홈 경기에서 1-0으로 신승했다. 이어 치러진 일본전에선 0-6으로 참패했음에도 세계 랭킹을 올리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팬들은 환영 일색이다. 소셜미디어에 'Garuda118'을 해시태그로 달며 낭보에 기뻐했다. 아울러 대표팀 스쿼드를 향한 다양한 찬사를 보내며 "이것이 끝이 아닌 부활의 시작이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인도네시아는 2006년 12월에 120위로 정점을 찍은 뒤 오랜 기간 내리막길을 걸었다. 대표팀 경기력과 성적은 들쑥날쑥했고 2015년엔 179위까지 떨어져 인구 대국으로서 체면을 구겼다.


현지 언론은 침체를 겪던 인도네시아 축구의 반등 계기는 '외국인 감독'이 마련한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인도네시아 방송 'radarcirebon'은 11일 "지난 2년간 축구계는 큰 폭의 변화를 겪었다. 엄격한 외국인 사령탑 지도 아래 젊은 선수단이 에너지를 회복하고 기량을 연마한 점이 (순위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적었다.


인도네시아의 외국인 감독 시대 포문을 연 신태용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대목이다. 신 부회장은 2019년 인도네시아 대표팀에 부임해 지난 1월까지 가루다를 이끌었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PSSI)는 한국인 지도자에게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을 겸임해 줄 것을 요청할 만큼 큰 신뢰를 보냈다.

신 부회장은 기대에 부응했다. 인도네시아 축구사에 한 획을 그었다. 2019년 12월 부임 뒤 동남아 최약체로 꼽힌 인도네시아를 미쓰비시컵 준우승으로 이끈 걸 시작으로 지난해 카타르 아시안컵 16강,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행을 인도했다. 2023년에는 동남아시안(SEA)게임 금메달과 AFF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 등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신 부회장 체제에서 인도네시아는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최종예선에 올라 나라 전체가 '신태용 매직'에 들썩였다. 한때 조 3위까지 치고 올라가며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직행 꿈을 꾸기도 했다.



그러나 PSSI는 지난 1월 월드컵 진출 티켓이 걸린 3차 예선 반환점을 상위권으로 마쳤음에도 뜬금없이 사령탑 교체를 택했다. 신 부회장과 계약 기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던 상황. 대표팀에 네덜란드계 혼혈 귀화 선수가 늘어나자 아예 네덜란드 출신인 파트릭 클라위버르트 감독을 선임해 논란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신 부회장은 경질 사실도 알지 못했다. 토히르 회장은 신 부회장과 대화를 나누기 전 클라위버르트를 만나고 그의 사단 채용을 약속했다. PSSI 수장은 신 부회장 경질을 발표하고 고작 닷새 만에 후임 지도자가 올 것이라 밝혀 사실상 '뒷거래'를 시인했다. 현직 감독과 관계를 정리하기도 전에 새 사령탑 후보와 면접을 본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이후 인도네시아 언론은 지속적으로 '신태용 향수'를 드러냈다. 클라위버르트호가 흔들릴 때마다 신 부회장 근황을 다룬 기사를 실어 우회적으로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중국 대표팀 부임설이 돌 때 한중 못지않게 높은 빈도로 집중 보도를 보낸 곳도 인도네시아였다.

아시아 축구 전문가인 존 듀어든 역시 radarcirebon과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는 '2년' 만에 한결 명확한 구조를 갖춘 팀으로 변모했다"며 2023~2024년을 분기점으로 꼽았다. 이 기간은 신태용 매직이 정점을 찍던 구간과 상당 부문 일치한다. 과거 한국축구가 거스 히딩크(네덜란드)라는 외국인 지도자를 통해 월드컵 첫 승 숙원을 풀고 다수의 유럽파 배출 초석을 놓은 것처럼 신 부회장이 인도네시아 축구계에서 쌓은 성과가 적지 않음을 현지 언론은 PSSI와 달리 기억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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