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 홈런더비 박동원 꺾고 우승
우승후보 안현민 예선 탈락
우승후보 안현민 예선 탈락
1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KBO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디아즈가 홈런 레이스에 참가하고 있다. /뉴스1 |
그리스 신화 속 ‘힘의 상징’ 헤라클레스가 떠오른다. 올해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의 ‘괴물’은 홈런 1위를 달리는 르윈 디아즈(29)였다.
디아즈는 1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KBO 리그 홈런더비 결승에서 8홈런을 쏘아올리면서 LG 박동원(7홈런)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리그에서 압도적인 홈런 선두(29개)를 달리는 디아즈지만, 이번 홈런더비에선 쉽사리 우승을 점치긴 힘들었다. 한화 신구장 외야 우측에 자리한 8m 높이의 몬스터월 때문. 타자는 보통 큰 타구를 만들어내기 위해 몸쪽 공을 당겨 치는 경우가 많아 좌타자에게 불리한 구조다. 하지만 좌타자 디아즈에게 몬스터월은 장애물이 아닌 극적인 우승을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
예선에서 참가자 중 최다인 11개를 치며 가뿐히 결승에 올랐지만 디아즈는 결승 타석에선 초반 좀처럼 공을 넘기지 못했다. 2분 제한시간이 모두 끝났지만, 홈런은 4개에 그쳤다. 이대로면 앞선 타석에서 홈런 7개를 친 박동원이 우승을 차지하는 상황. 하지만 마지막 3아웃 기회에서 2아웃까지 홈런 3개를 추가하는 괴력을 과시하며 박동원과 동률을 이뤘다.
연장이냐 우승이냐. 디아즈가 몸쪽 낮게 들어온 마지막 공을 허리를 비틀며 걷어올렸다. 우측 외야로 뻗은 타구는 몬스터월을 훌쩍 넘어 관중석에 꽂혔다. 디아즈는 두 손을 번쩍 들며 우승을 자축했다. 경쟁자 박동원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박수를 쳤다. 디아즈는 “홈런 더비에 나선 건 처음인데 우승을 차지해 기쁘다”고 했다. 우승상금 500만원과 갤럭시S25 울트라도 받았다.
올해 홈런더비는 이전 ‘아웃제’와 다르게 제한 시간 2분 내에 마음껏 타격하는 ‘시간제’ 방식이 새로 도입돼 베팅볼 투수의 ‘제구력’이 큰 변수가 됐다. 좋은 공을 최대한 많이 빨리 던져줄수록 타격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김형준의 베팅볼 투수로 나선 김주원은 초반 몸에 맞는 볼을 던지는 등 제구가 흔들려 김형준이 제대로 된 타격 기회를 얻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한화 문현빈도 북일고 선배 이도윤을 베팅볼 투수로 섭외했지만, 원하는 몸쪽 공이 오지 않아 몇 차례 공을 흘려보내기도 했다. 반면 우승을 차지한 디아즈는 프로 선수가 아닌 구단 직원을 베팅볼 투수로 내세웠는데, 디아즈가 당겨치기 좋은 몸쪽에 공을 연신 정확하게 꽂으며 우승을 돕기도 했다.
우타자에다 최근 홈런 페이스가 좋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코리안 스탠튼’ 안현민은 예선에서 1분 넘게 담장을 넘기지 못하는 등 고전하다 홈런 4개에 그치며 예선 탈락했다. 이번 홈런더비 출전 선수 8명(안현민·디아즈·문현빈·최정·박동원·송성문·이주형·김형준)은 이번 시즌 8홈런 이상을 기록한 올스타 선수 중 팬 투표를 통해 추려졌다. 다만 최정은 오른쪽 허벅지에 불편함을 느껴 불참해 총 7명이 힘을 겨뤘다. 최정은 부상 정도가 크진 않아 12일 올스타전에는 정상적으로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홈런더비에 앞서 열린 퓨처스리그(2군) 올스타전에선 한화·SSG·LG·두산·고양(히어로즈)가 팀을 이룬 북부가 남부팀을 4대2로 잡고 우승했다. 최우수선수(MVP)로는 LG 내야수 손용준(25)이 선정됐다. 우승 상금은 500만원, MVP 상금은 200만원이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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