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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수 영상 패러디로 “환영”... 선 넘은 아프간 홍보 영상

조선일보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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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수 영상 패러디로 “환영”... 선 넘은 아프간 홍보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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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 세력의 참수 영상을 패러디한 아프간 관광 홍보 영상. /인스타그램

무장 세력의 참수 영상을 패러디한 아프간 관광 홍보 영상. /인스타그램

탈레반과 연계된 아프가니스탄 인플루언서가 참수 처형 장면을 패러디한 관광 홍보 영상을 제작·유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라자 아프가니스탄’이라는 여행사를 운영하는 인플루언서 요사프 아류비는 지난 5일 인스타그램에 아프가니스탄 관광 홍보 영상을 올렸다.

영상은 검은색 비닐봉지를 뒤집어쓴 채 무릎 꿇은 사람들 뒤로 무장한 남성들이 총으로 무장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윽고 무장 남성이 인질 협박이라도 하듯 “미국에 전할 메시지가 있다”고 말하더니 무릎 꿇은 남성의 비닐봉지를 벗긴다.

여기서부터 분위기는 반전된다. ‘인질’이던 남성이 돌연 해맑게 웃으며 “아프가니스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말하고, 이어 아프간의 주요 관광지를 소개하는 영상들이 등장한다.

아프간의 이슬람 무장 조직인 탈레반 정권은 최근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공식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는 물론 해외 3000여 곳의 관광 대행사, 블로거, 유튜버 등을 통해 아프간 관광을 홍보한다. 주로 아프간이 서방에 비친 이미지와 달리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탈레반의 주장과 달리, 아프간은 여전히 실질적 위험에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엔 아프간 수도인 카불 인근 밤얀 지역에서 무장 공격으로 스페인 관광객 4명과 아프간인 1명이 사망했으며, 이 사건에서 극단주의 테러 단체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 격인 IS-호라산(ISIS-K)이 배후를 자처한 바 있다.

미국 정부 역시 여전히 아프간에 대한 여행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테러, 범죄, 내전, 납치 위험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대사관은 2021년 카불에서 운영을 중단했고, 이에 따라 아프간 내에서 미국인은 위급 상황 시 영사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없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여행 경보는 여행 금지인 4단계다.

이런 상황에서 무장 세력들이 행한 처형 장면을 연상시키는 영상을 패러디해 아프간 관광 홍보에 나선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탈레반 치하에서의 무차별적인 납치와 살해, 협박 등을 미화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특히 인디펜던트는 “마치 2002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대니얼 펄이 참수되는 장면처럼 미국인들에게 익숙한 인질 영상 분위기를 풍긴다”고 짚었다. 당시 펄은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 관련 취재 중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알카에다 연계 조직에 납치돼 참혹하게 살해됐다. 파키스탄 카라치 주재 미국 영사관에 전달된 3분짜리 영상에는 펄 기자의 목이 잘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런 홍보 영상을 공유한 인플루언서 아류비는 “이 영상은 서방이 아프가니스탄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조롱”이라며 “그 뒤에 실제 관광객들이 겪는 현실 일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방이 아프간을 ‘위험한 국가’로 인식하지만, 이는 편견일 뿐 실제론 미국인·캐나다인 등이 아프간에서 안전하게 여행을 즐기고 간다는 주장이다. 아류비는 영상에 등장한 서양인들 역시 자신이 운영하는 여행 상품에 참가한 미국인과 캐나다인들이라며 “정부 지침을 따르고 손님들의 위치를 항상 공유함으로써 안전을 보장한다”고 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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