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호 기자]
"이혼이 무슨 자랑이라고 글까지 쓰니?"
저자가 이 책을 쓴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자랑까지는 아니더라도 굳이 책까지 내야 할까?"
"이혼이 무슨 자랑이라고 글까지 쓰니?"
저자가 이 책을 쓴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자랑까지는 아니더라도 굳이 책까지 내야 할까?"
책을 읽다가 그런 생각을 할 참에, 그 역시도 저자가 들었던 이야기란다. 주위에선 이혼한 것을 숨기라고만 했다(p85).
설렘 출판사가 7월 10일 김정희 작가의 신간 '이혼해도 안 죽어요'를 출간했다.
20년의 결혼 생활을 끝낸 한 여성이 이혼을 계기로 마주한 고통, 혼란, 회복, 그리고 다시 시작된 삶의 감정을 담아낸 에세이다.
저자는 그래픽디자인 회사를 공동 운영하며 오랜 시간 일과 육아, 가사 노동을 병행했다. 결혼과 이혼, 질병과 상실을 연달아 겪은 그는 이 책을 통해 "이혼은 비겁함이 아니라 용기이며, 내 삶을 내 힘으로 개척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말한다.
누구도 쉽게 이혼을 결정하지 않으며, 그 선택 뒤에 있는 인내와 고통과 고민을 차분히 설명한다.
1부 '이혼은 불가항력이다'에서는 결혼생활의 균열이 어떤 과정을 통해 깊어지는지를 다룬다.
육아와 경력 단절, 불균형한 경제 공동체, 감정 노동, 외도, 비대칭적인 희생 구조 등을 현실적으로 분석하며, 이혼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감정적·법적 배경을 서술한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이혼은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일"이라고 표현하며, 오랜 시간 삶의 정체성을 재조정해가는 과정을 솔직히 기록한다.
2부 '이혼 이후의 삶'에서는 이혼 후 마주한 현실을 다룬다.
돌싱 여성으로서 사회적 낙인을 감내하고, 홀로 경제적 자립을 준비하며, 일상과 감정을 재구성하는 이야기가 중심이다.
저자는 새벽에 시작되는 육체노동을 감행하면서도 "나는 나다"라는 주체성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설명한다. 그는 "고통으로부터 해방된 이후의 삶은 생각보다 괜찮다"고 말하며,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회복의 기술을 제안한다. 재정 정비, 사회적 관계 재형성, 자녀와의 소통, 심리적 트라우마 극복 등 구체적인 단계가 목차와 본문에 상세히 정리돼 있다.
3부 '다시, 사랑해야 한다'에서는 새로운 만남과 관계에 대한 작가의 철학이 펼쳐진다.
이혼 이후 연애를 시작하는 마음가짐, 재혼에 대한 현실적 판단, 그리고 인간으로서 타인과 감정을 교류하는 방식에 대해 솔직한 조언을 전한다. 그는 "상처받은 사람만이 줄 수 있는 위로가 있다"며, 사랑의 회복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지 구체적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특히 "결혼은 환상이 아니며, 재혼은 속도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혼은 인생의 끝이 아니라 한 시점"이라는 메시지를 거듭 강조한다. 그는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결국 사람을 통해 치유된다"고 말하며, 누구나 다시 삶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에필로그에서 그는 "불행했던 결혼조차도 전부가 거짓은 아니었으며, 이혼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용기의 표시"라고 밝혔다.
저자는 말한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라고. 맞는다. 나는, 당신은, 우리는, 좋은 사람이다. 남들이 우리에게 주입한 우리 모습보다, 우리는 훨씬 더 괜찮다.
'이혼해도 안 죽어요'는 개인적 고백과 함께 암묵적 금기와 편견에 목소리를 낸 한 사람의 서사로 읽힌다.
7월 10일 출판, 예스24 에세이 삶의 자세와 지혜 분야 TOP100 진입. 212쪽. 정가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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