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시티 한 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인큐베이터 1개를 나눠쓰고 있는 모습./엑스(X·옛 트위터)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 중에도 여전히 가자지구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이 구호품 배급은 물론 연료와 수도 공급로까지 틀어쥐면서 가자지구 환자와 어린 아기들의 생명마저 위험에 처하고 있다.
10일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의료센터 인근에서 어린이 10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주민 16명이 사망했다.
최근 몇 주간 이어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수백 명의 가자 주민이 숨졌으며, 부상자도 수천 명에 달해 가자지구 병원들이 극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가자지구는 환자들을 치료해야 할 병원의 필수 서비스마저 중단될 위기에 직면했다.
가자시티의 알아흘리 병원 원장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신생아 네 명이 한 개의 인큐베이터에 누워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그는 “이런 비극적인 과밀은 단순히 장비 부족 문제가 아니라 가자지구에서 지속되고 있는 전쟁과 의료 시스템을 마비시킨 숨 막히는 봉쇄 전략 때문”이라고 적었다.
이어 4개월 넘게 이어진 이스라엘의 봉쇄 작전으로 미숙아에 대한 일상적 치료조차 생사를 건 투쟁이 됐고, 의료진들은 인큐베이터를 어떻게 배분할지 불가능한 선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가자지구 남부의 한 병원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부상당한 소녀가 치료받고 있다./AFP 연합뉴스 |
가자 북부의 알시파 병원장 모하메드 아부 셀미아 박사도 로이터통신에 “하나의 인큐베이터에 네다섯 명, 때로는 세 명의 조산아를 함께 넣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조산아들의 상태가 매우 위중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3시간 안에 연료가 공급되지 않으면 알시파 병원의 운영이 중단되고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기 22명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시파 병원 내부에서 촬영된 사진에는 의사들이 손전등에 의존해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이스라엘은 지난 3월부터 구호물자 반입을 봉쇄했다. 5월부터는 미국과 함께 만든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을 통해 구호품 전달을 제한적으로 재개하기는 했지만, 가자지구의 상황을 개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무기 생산에 악용할 수 있다며 전쟁 발발 이후로는 연료 반입도 제한해왔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연료가 바닥나면서 병원도 배급받아야 하고 구급차는 멈춰 섰으며 수도 시스템도 위기에 처해있다며 “이스라엘이 긴급히 충분한 양의 연료를 공급하지 않는 한 사망자가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경 없는 의사회(MSF)는 8일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전례 없는 인도적 위기’라고 규정하고 휴전과 구호품 반입 확대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카타르에서 중재자들과 함께 60일간의 휴전과 인질 석방을 골자로 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등의 중재로 지난 6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간접 방식으로 시작된 휴전 협상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부분 철수하는 방향을 제시했지만, 하마스는 휴전이 아닌 종전과 함께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주나, 아니면 다음 주에는 어떤 형태로든 해결책이나 합의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낙관했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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