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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봉주의 딥쓰리] 아시아에서도 최고일까? 이정현 "난 경쟁이 재밌고 기대된다…얼리 엔트리 안 한 것 후회 안 해"

스포티비뉴스 맹봉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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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봉주의 딥쓰리] 아시아에서도 최고일까? 이정현 "난 경쟁이 재밌고 기대된다…얼리 엔트리 안 한 것 후회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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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지난 시즌은 잠시 주춤했다. 그럼에도 이정현(26, 187cm)이 국내 프로농구 최고의 선수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두 시즌 전 이정현은 KBL에서 평균 22.8득점에 6.6어시스트 3.4리바운드 3점슛 성공률 37%를 기록했다. 국내선수 중 비교 대상을 찾기 힘들 정도로 압도적인 활약이었다.

득점은 리그 전체 5위, 어시스트는 1위였다. 팀 성적(8위)만 받쳐줬다면 MVP는 단연 이정현이었다.

고양 소노 자체가 이정현을 중심으로 공격 설계를 짰다. 상대팀들은 '이정현만 막자'가 됐다. 외국인 선수가 아닌 국내선수가 이렇게까지 한 팀의 주인공이 된 건 실로 오래간만이었다.

이현중, 여준석과 함께 한국농구를 이끌 현재이자 미래, 그리고 NBA(미국프로농구) 도전 가능성까지 언급됐다. 하지만 지난 시즌 무릎, 발목 부상으로 프로 데뷔 후 가장 적은 32경기 출전에 그쳤다. 평균 득점은 16.7점에 야투성공률은 40%가 안 됐다(39.75). 부상 여파가 컸다.

다행히 현재는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상태다. 이정현은 휴식기를 끝내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7월 중 펼쳐지는 네 번의 평가전(일본, 카타르)과 8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2025 FIBA(국제농구연맹) 아시아컵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이정현은 몸 상태에 대해 "다 괜찮다.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쉬고 회복하는데 중점을 뒀다. 운동도 보강 운동에 집중했다. 지금은 훈련하는데 아프거나 불편한 건 전혀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음은 이정현과 일문일답.

Q. 지난 시즌 부상이 많았다.

이렇게 많이 다친 적은 처음이다. 신인 때부터 많은 경기를 뛰었다. 고교, 대학 때도 크게 다친 적은 없다. 쉬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특히 팀 연패가 길어지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형들이 뛰는 걸 밖에서 보는 게 마음이 걸리더라.


시즌이 끝나고 내 몸을 관리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몸 회복에 시간이 필요했다. 두 달 동안 치료와 재활을 꾸준히 했다. 지난 시즌은 아쉬움밖에 없는 시즌이었다. 큰 부상을 두 번 당할 거라는 예상은 전혀 못했다. 부상에 대한 아무 대비를 못했다. '다치기 전 예방 차원에서 조금이라도 신경 써서 운동할 걸'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엔 무릎, 발목 재활 운동에 신경을 많이 썼다. 다음 시즌 부상 없이 좋은 모습 보이도록 열심히 노력 중이다. 또 비시즌 가족여행도 다녀왔다. 정말 알차게 보내고 있다.


Q. 소노가 플레이오프에 올라가지 못하면서 시즌을 일찍 마감했다. 창원 LG와 서울 SK의 챔피언결정전을 보았나?

아주 재밌게 봤다. (양)준석이와 (유)기석이가 후배지만 한 팀의 메인으로 올라서 챔프전 우승까지 하는 게 대단하고 뿌듯하더라. 너무 잘했다. 나도 챔프전까지 가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이벌 의식이 크게 돋았다.

Q. 부상도 있었지만, 점점 이정현 선수에 대한 상대팀 수비 강도가 강해지고 했다.

처음에는 상대 수비 대응을 잘 못했다. 너무 정신없이 강한 수비를 겪었다. 그런데 계속 겪다보니 상대가 준비한 수비가 파악이 되더라. 경험이 쌓이고 나름의 파훼법이 생겼다. 내가 이렇게 공격하면, 이렇게 수비하는구나라고 느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 수비를 깨는지가 빨리 나오는 것 같다. 매 경기 좋은 퍼포먼스를 보일 순 없다. 상대 수비를 다 깰 수 있는 것도 아니다. 1대1 공격과 패스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상대 수비를 역이용하는 법도 깨달았다. 수비수가 더 막기 어렵게 해야 한다.


Q. 비시즌인데도 이번 여름 일정이 굉장히 빡빡하다.

올해가 작년보다 대표팀 일정은 더 많은 것 같다. 내가 앞으로도 좋은 퍼포먼스를 보인다면 비시즌 대표팀 일정은 계속 있을 것이다. 시즌을 치르면서 대표팀에서도 잘하는 방법을 찾아나가야 할 것 같다. 이번 비시즌은 아시아컵이 있어서 설레고 기대가 된다. 지난해 일본과 평가전 때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그 이후 부상으로 대표팀에 못 나갔다. 일본, 카타르와 평가전과 아시아컵 때 어떤 플레이를 할지 벌써부터 떨린다. 비시즌 휴가 기간에도 훈련을 열심히 했다.

Q. 실력도 실력이지만 팀 동료, 다른 팀 선수들과 감독들이 이정현 선수를 공통적으로 높이 평가하는 게 멘탈이다.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인가?

어렸을 때부터 허허실실한 성격이었다. 안 좋은 건 금방 잊는다. 감독님이 작전타임 때 뭐라고 화를 내도, 작전타임 끝나면 바로 잊는다. 못해도 '다음에 잘하면 되지'란 생각이다. 크게 신경 안 쓰고 금방 잊어버린다. 반대로 잘하면 며칠간 취해 있다. 잘했던 경기를 몇 번 돌려보고 계속 하이라이트도 챙겨 본다. 내가 잘했던 플레이를 보는 건 좋아한다.

Q. 팬들 사이에선 지금까지도 얼리 엔트리가 아닌 대학에서 4년을 다 보내고 프로에 온 것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가 있다.

솔직히 말하면 농구 시작하고 생긴 큰 목표 중 하나가 연세대에 가는 거였다. 또 내가 어릴 때는 얼리 엔트리가 대세는 아니었다. 끝으로 모든 게 준비된 상태에서 프로에 가야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일찍 갔다가 한, 두 번 실패해서 기 죽은 상태로 아무것도 못하고 내 꿈을 실패하긴 싫었다. 완벽히 준비해서 프로에 가자마자 내 자리를 하나 제대로 잡고 싶은 욕심이 컸다. 이런 이유들로 얼리 엔트리를 안 했다. 오히려 팬들이 많이 아쉬워 하더라. 하지만 난 한 번도 얼리 엔트리를 하지 않은 걸 후회한 적이 없다. 지금 꾸준히 잘 풀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4년 동안 너무 많은 걸 배우고 경험했다.

확실한 건 프로에 빨리 왔다면 지금과 같은 선수는 못 됐을 거다. 아마 소노가 아닌 다른 팀에 갔을 거고, 그렇다면 지금과 다른 농구를 하고 다른 선수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그게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말이다.


Q. 과거 군산고 재학 시절 만났을 땐 카이리 어빙을 롤모델로 삼는다고 했다. 지금도 제일 좋아하는 NBA 선수가 어빙인가?

요즘은 샤이 길저스-알렉산더와 제일런 브런슨, 이 두선수를 좋아한다.

Q. 군대에 갈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구체적인 입대 계획이 있는지?

일단 구단이랑 얘기된 건 다음 시즌이 끝나고 가는 거다. 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너무 좋을 것 같다

Q. 어느 때보다 FA 시장에서 대어급 선수들 이동이 많았다. 반면 소노는 조용했다.

일단 놀랐다. 이렇게까지 FA 시장에서 한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많이 이적한 경우가 처음인 것 같다. 보는 입장에선 '이게 된다고?'하면서 재밌었다. 다음 시즌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새로울 것 같다. 가장 강해보이는 팀은 아무래도 부산 KCC다. 멤버가 너무 화려해서 제일 강해보이는 것 같다.

지난 시즌 우리 팀은 선수 구성이 많이 바뀌고 감독님도 중간에 바뀌었다. 여러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졌다 들어왔다 하면서 어수선했다. 그렇게 한 시즌 동안 좋은 일, 안 좋은 일, 힘든 일을 같이 겪으며 팀으로 단단해졌다. 이러한 단단함이 경기력으로 나온다면 좋은 결과로 연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비슷한 나이대의 이현중, 여준석은 계속해서 해외에서 뛰고 있다. 해외진출 계획이 있는가?

해외에 나가기 앞서 제일 중요한 군대 문제가 있다. 또 계약 문제도 있다. 이 두 개를 해결하면 나이가 많아진다. 참 어려운 고민이다. 어렸을 때는 욕심이 없었다. 그러다 꾸준히 성장하다보니 갑자기 관심을 받고, 좋은 기회가 찾아오기도 한다. 해외진출에 대해 아직까지는 어떤 게 정답인지 모르겠다.

Q. 한국농구는 늘 국제 경쟁력이 화두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발전이 더디다는 얘기가 많다. 특히 KBL에 아시아쿼터로 필리핀 선수들이 오면서 자극도 많이 받을 것 같다.

확실히 자극이 많이 된다. 각 팀의 메인 핸들러나 에이스 옵션을 맡는 필리핀 선수들이 많지 않나.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너무 잘하면서 국내선수들이 발전하고 각성해야 되는 계기가 됐다. 이건 경쟁이다. 이런 경쟁이 많아져야 선수든, 리그든 발전할 수 있다. 난 이런 경쟁이 재밌고 기대된다.

내 생각엔 우리도 분명 발전하고 있다. 문제는 다른 나라는 우리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거다. 한 마디로 발전 속도를 못 따라간다. 그래서 격차가 크게 벌어진 거다. 우리끼리 경쟁해서는 국제 경쟁력을 따라가기 어렵다. 국제대회도 계속 나가고 이번처럼 다른 나라들과 평가전도 많이 해야 한다. 만약 평가전 없이 국제대회에 나갔다면 세계와 격차만 더 느끼고 왔을 거다. 네 번의 평가전을 통해 차근차근 올라갈 기회를 잡지 않았나 생각한다.

Q. 농구를 안 하고 쉴 때는 평소 무엇을 하나?

쉴 때는 거의 잔다. 누워서 TV, 유튜브 보는 게 다다. 누워있는 시간이 많다. 술은 시즌 때는 안 마시고 비시즌에도 거의 안 마신다. 특별한 취미도 없다. 농구를 안 했으면 뭐했을까 궁금하다.

Q. 군산고 시절부터 지금까지 코트 밖에서 이정현은 늘 한결같이 예의바른 청년이다. 팬들에게 풀고 싶은 오해가 있다면?

성격적인 면이 큰 것 같다. 또 어렸을 때 무서운 선생님, 감독님들과 함께한 영향도 있다. 겸손과 예의가 꾸준히 쌓인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1, 2년 전부터 인터뷰를 더 재밌게 하고 싶어졌다. 재밌는 스타일이 아닌데, 웃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 얼굴과 이름 기억을 잘 못했다. 경기장에 자주 오시는 팬들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서운해하시더라. 내가 친근감 있게 다가가지도 못한다. 먼저 인사하거나 서글서글하게 하지 못해 팬들이 아쉬워할 수 있다. 오해를 안 했으면 좋겠다. 인기 많아졌다고 바뀐 게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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